|
[사설] 김재철 사장, 문화방송 안에 더 설 곳 있는가 |
한국방송 새노조가 그제 밤늦게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사쪽과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3월6일 김인규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총파업을 한 지 석달 만이다. 노사 양쪽은 잠정 합의안에 징계를 최소화하고,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참여하는 대선 공정방송위원회를 구성하며, 폐지됐던 탐사보도팀과 비판 프로그램을 부활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넣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대의원 대회와 조합원 총회 등의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노사 양쪽의 분위기로 보아 방송 정상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한국방송 파업의 잠정 타결은 아쉬움과 성취를 동시에 안고 있다.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보도 확보를 요구하며 문화방송, 와이티엔, 연합뉴스와 함께 벌여온 공동투쟁의 동력은 한국방송의 이탈로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90여일간의 파업을 통해 낙하산 사장 임명의 폐해를 충분히 알리고, 폐지됐던 비판성 프로그램을 되살리고, 대선 공정보도의 장치를 확보한 것은 실질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새노조가 업무에 복귀하기로 가닥을 잡은 이상, 이제 업무를 통해 방송 민주화와 공정보도를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완승완패가 아닌 타협을 통해 파업을 해결한 한국방송과 달리, 김재철 사장의 문화방송은 날이 갈수록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문화방송의 파업이 한국방송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방송사 사장으로서 자격미달로 드러난 김 사장의 도덕성에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무용가 ㅈ씨와의 의심스런 관계,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 부동산 투기만으로도 그는 자진사퇴하는 게 옳았다. 그것이 낙하산 임명과 공정보도 이전에 공인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몸가짐일 것이다.
김 사장이 파업 주도 노조원들을 가차없이 해고하고, 파업 참가자들까지 무더기로 대기발령하는 초강수를 두는 것은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는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판에 경찰이 보름 전에 법원에서 기각된 정영하 노조 위원장 등 5명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한 것은 ‘정부의 부도덕한 김 사장 구하기’라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김 사장의 강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던 국장·부국장급 등 간부 15명이 그제 파업에 전격 동참하고 나섰다. 회사 안에서 김 사장의 입지가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김 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