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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06 19:13 수정 : 2012.06.06 19:13

보수진영의 종북세력 낙인찍기 공세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다른 문제들은 모두 관심권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종북 논쟁은 민생과 복지, 현 정권의 실정과 비리 등 각종 현안과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이제 심각한 질문을 던져봐야 할 때다. 다른 모든 문제를 제쳐놓고 종북 논쟁에만 매달려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가장 절실한 과제가 빨갱이 솎아내기인가.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종북 논쟁 진흙탕 싸움이나 벌이는 게 정치권이 그토록 강조해온 새로운 정치인가.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겉으로는 우국충정의 주먹을 불끈 쥐고 있지만 뒤돌아서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종북 논쟁은 결국 보수세력의 정치전략이요, 대선을 앞둔 프레임 짜기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이 이해찬·임수경 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아 국회의원 ‘자격 심사’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은 비이성적 정치공세의 극치다. 임 의원의 경우 탈북자 비하 발언에 대해 “평소의 소신과 생각이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임 의원이 자신의 진심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탈북자들에게 더욱 머리 숙여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노력을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신과 생각’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자꾸 남의 머릿속을 헤집고 자아비판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공산당식 인민재판이다. 술 마시고 말실수한 것이 국회의원 자격 상실 요건이라면 새누리당에서 옷을 벗을 국회의원은 수없이 많다.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면 빨갱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더욱 어처구니없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 발의됐으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반대해온 정책적 쟁점 사항이다. 지난해 6월 민주당은 대안으로 북한민생인권법안을 제안하는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방법론을 두고는 여야 사이에 오래전부터 차이가 존재해왔다. 그런데도 전임 정권에서 총리까지 지낸 사람을 무작정 종북세력으로 낙인찍는 것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이다. 이러니 ‘신매카시즘’ ‘신공안정국’ 등의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가세해 종북 논쟁에 기름을 붓는 모습은 더욱 볼썽사납다. 이 대통령은 어제도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 대통령이 국정을 망친 것은 종북세력 척결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측근세력 척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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