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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쌍용차 추모집회까지 막겠다는 경찰 제정신인가 |
경찰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진행중인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 행사를 다음달 7일부터 금지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법적 근거도 없는 행정권 남용일 뿐 아니라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저버린 적반하장의 조처다. 쌍용차 사태는 경찰의 폭력적 강제진압으로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하고 그 후유증으로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등 우리 사회 노동탄압과 노동소외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남대문경찰서 쪽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 1항과 시행령에 따라 주요도로에서의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행에 불편을 주기 때문에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이는 집시법을 멋대로 해석한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집시법과 시행령에 주요도로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고 한 것은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하라는 취지다. 현재 쌍용차 희생자 추모를 위한 천막은 대한문 앞에 설치돼 있어 일단 차량 소통과는 무관하다. 경찰은 인도를 점거해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준다며 도로에는 인도도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설사 경찰 주장이 맞는다 해도 너비 10미터 가운데 3미터 정도를 점유한 것을 트집 잡아 집회를 아예 막겠다는 것은 집시법의 취지를 한참 벗어난 것이다. 헌법에서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훼손하는 과잉조처임이 분명해 위헌 소지도 크다.
22명이나 억울하게 세상을 뜬 것도 분통 터지는 일인데 추모행사까지 막겠다면 최소한의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나라라고 하지 않겠는가. 특히 경찰은 3년 전 쌍용차 파업 농성 진압 과정에서 테러진압용 테이저건까지 동원하는 등 폭력을 행사해 노동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정신적 치료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은 지금도 그날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런 경찰이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지난달에는 천막을 철거하고 고인들의 영정과 물품을 쓰레기차에 집어넣는 만행에 가까운 짓을 저질렀다. 이제는 추모행사조차 막으려 하다니 패륜 행위와 다름없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등 여권 지도부의 ‘종북몰이’ 속에 검경 등 수사기관까지 나서서 공안정국을 방불케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경찰의 이번 조처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만약 남대문경찰서장이 추모집회조차 하지 못하도록 끝내 금지를 강행하면 명백한 불법이므로 이에 대한 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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