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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MBC 영장’ 재기각, 검경은 부끄럽지도 않나 |
검찰이 문화방송(MBC) 파업을 주도한 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해 엊그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지난달 21일 법원이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는데도 중대한 범죄사실의 추가 없이 영장을 재청구했다가 거듭 망신을 산 것이다. 공권력의 수사가 노조 옥죄기를 통해 파업을 뒤흔들려는 술수이자 무리수였음이 새삼 확인된 셈이다.
이번 영장 재기각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법원이 제시한 기각 사유다. 지난달 1차 기각 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간명하게 설명했던 데서 한걸음 나아가 법원은 적극적으로 구속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영장 청구 사유인 업무방해죄 등의 성립 여부와 관련해, 법원은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이 문화방송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업무방해죄는 노조의 파업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쪽으로 남용됐다고 지적받아온 게 사실이다.
또 법원은 문화방송 파업은 노사 양쪽의 관계에서 발생했고, 어느 일방(노조)의 노력만으로 종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파업이 종결되지 않은 책임을 어느 일방(노조)에 돌리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파업의 상당한 원인이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의 방송 공영성 훼손과 법인카드 부당사용 및 횡령 의혹 등에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김 사장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원의 영장 재기각으로 공권력의 수사는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검찰과 경찰은 정당성을 잃은 노조 탄압 수사에 열을 올리는 짓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대신 횡령 등의 혐의로 세 차례나 고발된 김 사장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는 것이 옳다. 경찰은 여태껏 김 사장을 단 한차례 불러 전형적인 봐주기식 수사만 벌였다. 계속 김 사장 감싸기에 급급한다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국민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김 사장 역시 법원 결정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문화방송을 떠나야 마땅하다. 문화방송의 공공성 훼손은 차치하고 법인카드 유용 및 횡령 의혹, 여성 무용가 특혜 논란 등 개인적 시빗거리만으로도 문화방송의 수장 자격을 잃었음이 충분히 판명났다. 오죽했으면 문화방송 입사 30년 안팎의 최고참 국장급 간부들까지 파업에 새로 참여하며 김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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