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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몽땅 면죄부 주려고 ‘내곡동 사저’ 수사했나 |
검찰이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사건으로 고발된 이 대통령 등 7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배임과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수사했지만 이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환죄가 아니어서 공소권이 없고, 아들 이시형씨 등 나머지 6명의 경우엔 처벌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태산 같았던 국민적 의혹에 견줘 쥐꼬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사 결과다.
검찰의 발표는 면죄부 일색이다. 무엇보다 이시형씨가 사저·경호동의 전체 9필지 가운데 사저용 3필지 대금으로 11억2000만원을 부담해 세무 신고 기준으로 6억여원(감정가나 공시지가로는 6억~8억원)의 혜택을 얻었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검찰은 그린벨트에 세워질 경호동의 지목이 나중에 대지로 바뀌면 땅값이 오르게 되니 미래수익을 고려해 시형씨 부담을 낮춰준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국가 이익을 미리 시형씨(사실은 이 대통령) 개인에게 나눠준 것과 다름없다. 나중에 사저를 팔아 6억여원을 국가에 내놓겠다고 약속이라도 했다면 모를까, 이 거래로 이 대통령 쪽이 부당이익을 얻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곡동 터를 시형씨 명의로 구입한 것이 명의신탁이 아니라는 결론 역시 봐주기 인상이 짙다. 검찰은 시형씨가 매입대금을 대출받았고 이자와 세금도 직접 낸 만큼 형식적·실질적 매수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 역시 이 대통령 쪽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형씨는 내곡동 터 구매자금 가운데 6억원은 어머니 땅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했고, 나머지 6억원은 큰아버지인 이상은씨한테서 빌렸다. 시형씨는 이름만 빌려줬고 실제론 이 대통령이 빌렸다고 볼 소지가 다분하다. 나중에 이 대통령으로 명의를 옮기겠다고 한 대목도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검찰의 면죄부는 수사과정에서 이미 예견됐던 측면도 있다. 검찰은 의혹 규명의 핵심인 시형씨에 대해 단 한 차례 서면답변서를 받는 것으로 조사를 끝냈다. 검찰로 소환해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해명만 들은 꼴이다. 결국 이번 수사는 검찰이 내곡동 터 의혹을 밝힐 의지가 전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만 봤을 뿐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내곡동 터 의혹의 규명은 국회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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