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6.10 19:15 수정 : 2012.06.10 19:15

1980년 신군부는 5·18 광주민주항쟁을 북한 사주에 의한 소요사태라고 했다. 1987년 전두환 정권은 6·10 항쟁을 친북 좌경용공세력의 체제 도전이라고 했다. 정권을 찬탈할 때도, 정권을 지키려 할 때도 친북 혹은 종북으로 국민을 겁박했다.

지난 9일 이해찬 의원이 민주통합당 새 대표로 선출됐다. 6·10 항쟁에 불을 붙인, 이한열 열사가 직격 최루탄에 피격당한 날이었다. 전면적인 ‘종북몰이’와 사상검증으로 야당을 겁박하고 국민을 위축시키는 집권여당의 행태가 그때로 되돌아가는 와중이기도 했다. 항쟁 당시 국민운동본부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이 대표로서는 그날 분통과 회한과 반성이 겹쳤을 것이다.

이번 ‘종북’ 논란의 단초는 통합진보당의 일부 세력이 제공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드러났고 당에서도 정리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 또한 엄중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적 차원으로 사상검증을 확산하고, 토끼몰이 하듯 종북 색출을 밀어붙이는 까닭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유신과 5공에 뿌리를 둔 세력에게 매카시즘은 지금도 변함없이 작동하는 정권 창출 혹은 유지의 메커니즘인 것이다. 그 결과 지구적 경제위기 속에서 민생을 위한 정책 경쟁의 장이어야 할 12월 대통령선거는 오로지 권력 쟁취라는 ‘더러운 싸움’으로 빠져버리고 있다. 그 틈에 이명박 정권 차원의 탈·불법, 부패, 실정은 숨어버렸다.

민주 시민이 처한 상황이 6·10 항쟁 때보다 지금 더 힘겨운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때는 힘은 들었지만 함께 나아갈 동지가 있었고 함께 이야기할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동지는 흩어지고 희망을 말하기에 지쳤다. 책임의 상당 부분은 다름 아닌 민주당에 있다는 점을 이 대표는 직시해야 한다. 민주당은 오만, 불통, 나태, 무능으로 민주주의와 정의, 공동선과 행복으로 나아갈 기회를 번번이 차버렸다. 지난 총선을 상기할 필요도 없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대장정’을 선언했다. 제1야당 대표로서 당연하다. 하지만 더 소망스러운 건, 이 광란의 종북몰이의 종식과 우리 사회의 상식과 이성의 회복이다. 그러자면 선언에 앞서 다짐할 게 있었다. 6·10 항쟁의 기본은 ‘국민과 함께’였다. 가르치고, 지도하고, 이끌고 가는 오만과 독선과 불통은 금물이었다. 패권을 위한 담합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의심받는다. 25년 전 그때처럼 깨어 있는 시민과 함께 그들을 좇아 민주주의와 정의를 다시 세우는 밑돌이 되기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