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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11 18:52 수정 : 2012.06.11 18:52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점검단이 어제 고리원전 1호기의 발전설비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국제 수준의 안전성을 검증받는다며 원자력기구에 점검을 의뢰할 때부터 예견됐던 결과다. 가재가 게 편이듯 원자력기구가 원자력 산업계의 이익을 감싸온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 평가를 근거로 원전을 재가동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원자력기구는 설계수명이 다한 각국의 원전에 대해 수십 차례 안전점검을 해왔지만 지금까지 폐기를 권고하거나 중차대한 결격사유를 지적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이 기구의 안전점검으로 수명을 연장한 뒤 원자로가 폭발하고 핵연료가 녹는 참사가 발생했다. 원자력기구의 성격이나 과거 사례를 보면 안전점검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 이번 점검단도 8명 중 4명이 원전 산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치밀한 조사를 하기에는 인적으로나 시간상으로 불가능했다. 한수원 내부적으로 고리 1호기를 어떻게든 재가동하기로 작정하고 형식적인 절차로 점검을 요청했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원자력기구 점검단은 고리 1호기에 대해 노후설비 교체와 설비 개선 등이 꾸준히 수행되고 있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폭넓은 안전성 강화 대책이 수립돼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정전사고 때 비상발전기가 한 대는 정비중이었고 한 대는 고장이 나 아찔한 상황을 겪었는데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정전이 더 길어졌다면 원자로 노심이 녹을 수도 있는 중대 사고였기에 지역 주민을 위시한 온 국민이 몹시 불안해하건만, 불안 해소는커녕 불신을 얹어준 꼴이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국내에서 처음 가동한 뒤 지금까지 집계된 원전 사고의 20%를 일으켜 사고 1등의 오명을 얻고 있다. 한수원은 수명 연장 당시 고리 1호기의 노후 부품을 교체해 껍데기는 낡아도 엔진은 튼튼하다고 강변한다. 원전 부품은 수만 가지에 이르는데 모든 부품을 교체한 게 아니고 작은 고장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수명 연장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압력용기의 내구성이다. 압력용기는 장시간 방사능에 노출되면 중성자로 인해 깨지기 쉬운 상태로 변한다. 그것이 파괴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비파괴검사로 운전 허가를 받았다고 하니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리 1호기뿐만 아니라 올해 말로 30년 수명이 다하는 월성 1호기도 재가동이 아닌 폐쇄 절차를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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