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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12 19:05 수정 : 2012.06.12 22:25

북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들의 방북 때 행적을 공개할 수 있다며 우리 쪽 이념논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북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그제 ‘종북세력 척결 광란으로 차례질 것은 조소와 수치밖에 없다’는 제목의 공개 질문장을 통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언행을 공개할 뜻을 내비쳤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체통을 잃어버린 결례이자 부질없는 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의 의도는 몇 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우선 12월 대선 정국에 대한 개입이다. 조평통은 “종북 소동은 위기감을 조성해 선거 정국을 보수 재집권에 유리하게 몰아가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하지만 북과 관련한 움직임은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벌인 북의 판문점 총격 사건이 북풍이 위력을 발휘한 마지막 선거일 것이다. 이때 총격 사건이 안보심리를 부추기면서 여당인 신한국당이 대승을 거뒀다. 김대중 정권 때인 2000년 4월 총선 직전의 6·15 남북정상회담 발표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서둘러 발표한 천안함 사건 조사는 의도와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우리 쪽의 종북논쟁을 물타기하고 여권이 더는 종북공세를 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자는 뜻도 있을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여러 곳을 참관하면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거나 정 의원과 김 지사를 겨냥해 “방북 발언 모두 공개 시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칠 것”이라고 한 대목에서 그런 의도가 엿보인다. 또 일부러 우리 쪽의 반발을 부추겨 ‘적대적 공존관계’를 강화하자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취약한 3대 세습 체제를 공고하게 하는 게 당면과제인 북으로서는 우리 쪽과 대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런 사정과 관계없이 북의 태도는 천박하고 가당찮다. 남북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으면서도 화해와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뤄야 하는 특수관계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 전 위원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화해와 협력 차원에서 방북하면서 의전적인 차원에서 좋은 말도 하고 선물도 줬을 수 있다.

북이 이런 것까지 끄집어내어 공개니 뭐니 하면서 겁박하는 것은 선의를 악의로 갚는 하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은 이런 공세가 도리어 그들을 불신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쪽 당사자들도 무분별한 종북공세가 이런 개입의 빌미를 주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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