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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13 19:13 수정 : 2012.06.13 19:13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어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엉터리 수사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뒤 뒤늦게 재수사를 했음에도 사실상 박영준·이영호씨가 몸통이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놓았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더구나 과거 정권에서도 유사한 사실이 있었다며 억지 사례를 덧붙여 불법사찰에 대한 물타기까지 해놓았으니 그 뻔뻔함과 황당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입법제안이라며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총선 전 제안해놓은 민간인사찰 방지법을 다시 들고나온 대목에 이르면 역겨운 ‘줄서기’의 냄새마저 진동한다.

이번 수사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몸통으로 지목돼온 이명박 대통령은커녕 권재진 법무장관이 몸담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조차 철저히 피해갔다. 또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은폐·축소 수사의 3단계 불법행위 가운데 1차 수사에서의 은폐·축소 여부는 애초부터 문제의식조차 갖고 있지 않았던 듯 발표자료에 한마디 언급도 없다. 이번 수사 역시 1차 수사와 마찬가지로 의혹을 파헤치기는커녕 입을 맞추고 들어온 피의자들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작성하라’는 지침 아래 민정수석과 그 윗선 직보용 보고서도 만들라고 했다는 이른바 ‘브이아이피 일심 충성’ 문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브이아이피’에 대해선 아예 언급조차 없다.

증거인멸의 배후를 밝혀줄 유력한 단서였던 관봉된 5000만원에 대해서도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돈을 전달한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의 주변 계좌추적을 했으나 출처 확인에 실패했다고 한다. 민정수석실 장석명 비서관이 준 돈이라는 진술이 나왔음에도 숨진 장인의 돈이라는 류 전 관리관의 진술만 받아적는 선에서 그친 셈이다.

민정수석실 김진모·장석명 비서관이 증거인멸의 핵심이라며 모두 날려버리겠다고 했다는 진경락 전 총괄기획과장의 면회기록에도 불구하고, “직접 들은 게 아니고 김·장 비서관은 부인한다”며 사실무근으로 결론지었다. 이상휘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진 전 과장과 장 전 주무관 등에게 전달한 3000여만원도 “청와대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자진해서 전달한 것이라며 역시 문제 삼지 않았다.

검찰의 은폐·축소 문제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1차 수사 때 불법사찰 관련 문건을 확보해놓고도 수사하지 않은 데 대해 신경식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증거가 부족해 보이거나 근거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2차 수사를 통해 ‘ㅌ개발 관련 울산시 공무원 감찰 사건’ 등 3건의 불법행위가 확인됐다. 실세인 박영준 전 차관을 의도적으로 비켜간 것이라면 형사처벌감이다. 검찰 고위층은 물론이거니와, 최종석 전 행정관의 로그기록도 보지 못한 채 소환수사 대신 호텔에서 조사하게 한 검찰 간부, 이 과정에서 김진모 민정2비서관과 통화했다는 검사도 은폐·축소의 공범이다.

이번 재수사 과정에서 진 전 과장을 장 전 주무관의 폭로 보름 만에 뒤늦게 소환하고, 류 전 관리관도 늑장 소환해 결과적으로 입을 맞출 시간을 준 검사들도 마찬가지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검찰의 은폐·축소 책임도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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