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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9 18:30 수정 : 2005.08.25 20:36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연정과 관련한 기자 간담회를 하면서 “의문이 나거나 잘 모르겠다 싶으면 편지를 한 번 더 읽어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 대통령의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두세 번 읽어봐도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머리 좋은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그림이 잘 안 잡힌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온다고 하니 국민들이 헷갈리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우선 노 대통령의 설명대로라면 선거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스럽게 한다. 현대 정당정치의 기본 전제는 각 정당이 자신의 고유한 정책과 노선을 내걸고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정치를 펼치는 것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제안은 이런 기본원칙을 깡그리 무너뜨리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에만 합의하면 한나라당에 권력을 넘겨주고 자리 나눠먹기를 하겠다니 선거는 왜 했으며, 또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는 무슨 정책과 노선을 갖고 다툴 것인가. 노 대통령의 연정론은 국민으로 하여금 ‘선거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노 대통령이 말한대로 선거구제를 개편해서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틀을 마련했다고 치자. 그래도 선거가 무의미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가 끝나면 자기네들끼리 적당히 자리 나눠먹기를 하고 정책도 ‘잡탕밥’이 될 텐데 유권자들이 굳이 정책 따지고 노선을 살피고 할 이유가 있을까. 게다가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실제로 노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함으로써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인해 버렸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노선이 한나라당과 크게 다른 줄 알고 투표했던 유권자들은 속아도 단단히 속은 셈이다.

노 대통령이 기자 간담회에서 “제가 현실로 만들고 싶다고 내걸었던 정책과 이상이 대체로 실현돼 가고 있다”고 말한 대목에 이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나온 결과물들을 볼 때 도대체 어떤 이상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노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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