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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0년 만의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심 |
4대강 공사만 끝나면 가뭄 걱정에서 해방될 것이란 정부의 주장과 달리 전국에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논밭이 널렸다. 정작 4대강 댐의 물을 가뭄 피해지역으로 끌어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전국적으로 가뭄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으로 현장에서 문제가 많이 해소됐다”고 강변하기 바쁘니 속 터질 일이다.
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기우제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강우량이 평년의 36% 수준에 그치고 이달 들어서도 비다운 비가 오지 않은 탓이다. 경기·충남·전북 등 가뭄이 심한 지역에서 밭작물이 시들어 양파, 마늘, 고추, 콩의 피해가 심하고 과수농가의 피해도 심각하다고 한다. 이상고온으로 병해충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이달 하순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얼마나 더 큰 피해를 입을지 모를 상황이다. 북녘도 50년 만의 가뭄으로 동해안과 북부 고산지대를 제외한 농경지의 절반 가까이가 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120억원을 들여 용수 개발과 급수장비 지원에 나섰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범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가뭄 발생 전의 사전 대비 계획과 가뭄시의 실효성 있는 관리체계가 제대로 구축됐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높은 인구밀도와 강수의 대량 유실로 용수가 부족한 나라로 분류된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강원 남부권역을 중심으로 겨울부터 봄철까지 만성적인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대형화되는 추세다. 가뭄 피해가 있을 때마다 지하수 관정 개발, 이동 양수기 동원 같은 반짝 대책으로 그럭저럭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번 가뭄은 시베리아 지역의 눈이 지난 4월 하순부터 빠르게 녹으면서 촉발됐다고 한다. 올해 유난히 강하게 발달한 이동성고기압이 봄비를 뿌리는 저기압의 북상을 막아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단기적인 현상을 지구온난화와 직결하기는 이르지만, 지구가 늘어난 열에너지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전에 겪지 못한 이상기상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지하수 개발이나 긴급방제와 같은 단기대책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일상화되고 있는 이상기후에 대비한 장기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상이변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조기예보 시스템 개발 등이 그 예로, 1년 단위의 물관리 정책을 장기적 안목으로 개선하고 치수 능력을 배가시켜야 한다. 농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고 경제성도 높은 빗물 가두기와 저수지 시설의 현대화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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