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6.19 19:04 수정 : 2012.06.19 19:04

2년 전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혁명이 이집트, 리비아 등으로 들불처럼 번지면서 ‘아랍의 봄’을 꽃피웠다. 당시만 해도 아랍뿐 아니라 세계 시민은 희망의 찬가를 불렀다. 수십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아랍의 독재자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모바일로 무장한 시민들에 의해 추풍낙엽처럼 권좌에서 떨어지자, 민주화 바람이 세계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흘러넘쳤다. 그러나 최근 이집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이집트는 지난해 2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뒤 비교적 순조롭게 민주화 과정을 밟는 듯했다. 올해 초 새 의회를 구성하고, 지난 16~17일엔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대선을 앞두고 군부의 노골적인 개입이 시작됐다. 수십년간 군부와 경쟁해온 무슬림형제단이 의회를 장악한 데 이어 대통령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자 군부가 기득권 수호에 나선 것이다.

군부는 지난주 합법적으로 구성된 의회를 해산한 데 이어, 대선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인 17일 군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잠정헌법을 발표했다. 잠정헌법의 내용을 보면, 군부가 총리를 통제하고 법률 제정, 예산과 전쟁 선포권을 맘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다. 또 군부는 헌법 초안을 작성할 100명의 위원도 자신들이 지명하겠다고 나섰다. 마치 우리나라의 유신헌법이나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광주 학살’ 뒤 정권 찬탈을 위해 설치한 국보위를 방불케 하는 군사쿠데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군부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는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가 21일 공식 대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승리를 선언했다. 또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의 잠정헌법을 거부하고 곧 군부가 해산한 의회를 열어 헌법 초안을 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에선 무바라크 정권의 마지막 총리 출신으로 군부가 미는 아흐마드 샤피끄 후보도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자칫 군부와 무슬림형제단 사이에 유혈충돌이 벌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다.

이집트 군부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제기되자 일단 7월1일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헌법 작성과 의회 해산에 대해선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국제사회는 이집트 민주화가 군부에 의해 좌절되지 않도록 더욱 강한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군부에 의해 민주화가 좌절된 경험이 있는 우리도 이집트 군부의 반동을 좌시해선 안 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