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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타는 농심 짓밟는, MB의 가뭄극복 자랑 |
4대강 사업으로 가뭄과 홍수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니! 남부지방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 논밭이 돌이킬 수 없이 타들어가는데, 가뭄 극복을 자랑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배짱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가 브라질에서 그런 자랑을 하던 날, 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뭄 관련 중앙재해대책본부를 가동하기로 했다. 공무원이나마 정신 차리고 있으니 다행이다.
경남·제주와 전남·경북 일부 지역이 겨우 가뭄에서 벗어난 것은 18~19일의 집중호우 탓이었다. 그러나 그 빗발마저 비켜간 경기·충남·전북은 40년 혹은 100년 만이라는 가뭄으로 대부분 지류·지천이 바닥을 드러냈고, 저수지 285곳은 완전 고갈, 1621곳은 저수율 30% 미만으로 수원지로서 구실을 상실했다. 수확기 양파·마늘·감자 등은 알이 차지 않아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한참 자랄 벼나 잎채소는 타들어가고 있다. 밭작물 가격은 이미 두 배 혹은 세 배 올라, 도시 서민의 밥상을 위협한다.
이젠 군 장병이 총 대신 양동이를 들고 나설 정도로 전 국민이 애를 태운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위로와 걱정은커녕 물정 모르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터무니없는 4대강 사업 자랑을 했으니, 개탄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22조원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 때문에 가뭄이 더 심해졌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본류 바닥을 5~10m씩 파헤치고, 강변을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것이 가뭄 극복에 도움이 됐다고는 말할 수 없다. 16개 보 안에는 물이 찰랑대지만, 수로가 없어 3~4㎞ 이상 떨어진 농경지엔 물을 보낼 수 없다. 원래 레저용으로 건설하다 보니, 수로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가 완공된 뒤 지하수 수위가 높아져 주변 농경지가 습지로 변한다. 애초 본류 주변은 가뭄으로 고생하는 일이 없었다.
반면 그 밖의 지역은 처참하다. 실핏줄처럼 국토 구석구석에 물을 공급하는 지류·지천은 바닥을 드러내고, 지하수조차 100m 이상 파내려 가도 끌어올릴 수 없다. 본류에 생긴 거대한 웅덩이로 물이 빨려가다 보니, 지하수조차 남아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수긍이 간다. 귀가 따갑게 들었겠지만 홍수나 가뭄에서 문제가 되는 곳은 본류가 아니라 지류·지천이었다. 이번에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지류·지천 저수지, 수리시설을 제대로 정비하는 게 급선무지만, 이젠 본류 바닥을 깊이 파헤치는 바람에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그런 4대강 사업을 놓고 가뭄 극복 운운하고 있으니 하늘조차 화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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