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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노동자 보호’ 외면이 부른 물류파업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오늘 오전 7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 2월 조합원 투표를 통해 80.6%의 높은 찬성률로 ‘6월 이후 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이번 파업으로 2003년, 2008년에 온 나라가 홍역을 치렀던 물류대란이 재현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파업이 가져올 혼란과 피해를 우려하면서도 화물노동자들을 나무라기 어렵다. 파업이 불가피할 만큼 화물노동자들의 삶이 벼랑끝으로 내몰려 있는 탓이다. 교통통계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에 컨테이너 화물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월 319시간이었다. 반면에 화물노동자의 평균수입은 월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현재 운송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름값이 2008년보다 24%나 올랐고, 수출입 업체→대기업 운송업체→중간 알선업체→화물자동차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운송수입의 10~30%가 수수료 등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평균 운임은 7%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런 까닭에 화물노동자들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약속한 표준운임제의 법제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표준운임제란 운송에 실제 쓰이는 비용과 화물노동자의 수입을 산정해 표준운임을 정하고, 이 운임이 지켜지도록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부도 필요성을 인정한 화물노동자의 생존권 보장 장치다. 하지만 정부는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은 과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
게다가 38만명에 이르는 화물노동자들은 사실상 화주나 운송업체, 알선업체에 고용돼 일하면서도 특수고용직의 굴레 속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 아닌 노동자’의 처지다. 화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보호법안을 만들겠다던 2003년의 정부 약속 역시 구두선에 그친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표준운임제 법제화 등의 약속을 제때 지키지 않고 늑장을 부린 것이 화물연대 파업의 제1원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 책임은 외면한 채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엄정 대응”만 외칠 뿐이다. 수십년 동안 들어온 닳고 닳은 레퍼토리다. 이래선 당장의 파업 사태는 물론이고, 중장기적으로 물류대란의 악순환을 막을 방법이 없다. 정부는 표준운임제 등을 놓고 화물노조와 진지한 협상을 벌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대로 처벌’ 방침을 앞세워 압박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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