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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재철 사장의 버티기 150일, 시민이 뿔났다 |
요즘 서울 보신각 앞에선 매일 저녁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1일 첫날에 2명, 둘쨋날 4명, 셋쨋날 8명, 넷쨋날 16명…. 하루에 2배씩 늘어나는 시민들은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구호도 외치며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보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공정언론시민행동이 주최한 ‘쫌 보자 무한도전’ 행사로, 엿새째인 어제는 64명이 참여했다. 오는 7월4일 1만6384명이 모이는 게 목표라고 한다.
문화방송 파업이 오늘로 150일째인데도 해결 기미가 없자 뿔난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공정방송 회복과 ‘낙하산·비리’ 사장 김재철씨의 퇴진을 요구하는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5월30일부터 거리에서 시작된 ‘김재철 사장 구속 촉구 100만명 서명운동’에는 40여만명이 참여했다. 회원 10만명이 넘는 인터넷 카페 ‘82쿡 닷컴’은 따뜻한 밥 한끼로 파업 노조원을 격려하자는 ‘밥차 응원’ 모금운동을 진행중이다. 시민들의 폭발적인 열기가 2008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을 연상케 한다.
시민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김 사장은 문화방송의 공공성·독립성 훼손과 자신의 온갖 비리에 대해 조금도 책임지지 않았다. 도리어 적반하장 격으로 파업 노조원들에게 무차별적인 징계의 칼만 휘둘렀다. 문화방송 본사와 지역 문화방송에서 해고와 정직, 대기발령 등의 징계를 당한 조합원은 155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방송이 만들어질 리가 없다.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엠비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최근 2%대까지 떨어진 것은 쑥대밭이 된 문화방송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민들의 요구는 간명하다. 공공성과 독립성을 되찾은 ‘국민의 엠비시’가 될 수 있도록 김 사장이 하루빨리 물러나라는 것이다. 김 사장의 퇴진은 문화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선결조처다. 이런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언론자유의 훼손을 방치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적대행위나 다를 바 없다.
시민들의 분노가 직접 행동으로 표출되는 상황을 다른 누구보다 새누리당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간기업도 아닌 공영방송에서 150일째 파업사태가 빚어지는데도 국회가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집권 여당의 직무유기다. 지난해 민간기업인 한진중공업 파업사태 해결의 물꼬를 국회 청문회가 텄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21주째나 되풀이된 무한도전의 ‘재탕’ 행렬을 이제는 정말로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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