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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송 이사 공모보다 ‘낙하산’ 대책이 더 급하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늘부터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KBS)의 새 이사 공모에 들어간다. 방문진 이사 9명이 오는 8월8일, 한국방송 이사 11명이 8월31일에 모두 3년 임기가 끝나는 데 따른 절차다. 새 이사진의 색채가 공영방송의 모습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모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그렇지만 이번 공모절차 진행은 사상 유례없는 공영방송 파업사태를 도외시한 무책임한 행위라 비판받아 마땅하다. 방송대파업을 불러온 ‘낙하산 사장’을 막을 방안이 어디에도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다.
현행 제도의 핵심적 문제는 대통령이 자신의 직속기구인 방통위를 통해 공영방송 사장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고, 한국방송 이사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방통위를 거쳐 방문진이나 한국방송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해 마음에 맞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에 앉히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4년여 동안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등이 끊임없이 불공정·편파 시비를 낳았던 이유다. 이런 구조에서 공영방송에 권력 비판·감시를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영방송 이사진 선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시급한 과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입김이 개입할 수 없도록 방통위의 이사 추천·임명권을 아예 없애거나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방송의 경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이사·사장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각계의 추천을 받아 검증을 한 뒤 여야가 동수의 이사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방안 등이 이미 대안으로 나와 있는 상태다.
12월 대선을 눈앞에 둔 현시점은 중립적인 공영방송 사장 임명 방안을 마련할 좋은 기회다. 여야 어느 쪽도 대선 승리를 100% 장담할 수 없으니, 공영방송을 권력의 수중에서 떼어놓는 것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공영방송 낙하산 방지대책 마련에 미적거린다면 오히려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지탄받을 수 있다. 여야는 19대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새로운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새 제도를 마련하는 논의가 150일 넘게 진행된 문화방송 파업사태 해결을 지연시켜선 안 된다. 청문회 등을 통해 김재철 사장의 책임을 따지는 것은 제도 개선과 별개로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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