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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런 식의 최저임금 파행 결정 더 이상 안 돼 |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4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겨우 280원(6.1%) 올랐다. 누구 말대로 냉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쥐꼬리만한 액수다. 그러나 경영계는 “경제상황을 무시한 고율의 인상”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더구나 법정시한을 넘긴 뒤 국민노총을 제외한 노동계 위원은 빠진 채로 파행 결정됐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이렇게 소모적인 공방만 계속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법정 최저임금 수준은 그 자체로 터무니없이 낮다. 올해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580원으로 월급(주 40시간, 월 209시간)으로 환산하면 95만7220원으로 100만원도 채 안 된다. 이는 올 1인 가구 노동자 월평균 생계비 141만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내년에 6.1% 오른다고 하지만 크게 차이가 없다. 말이 최저임금이지 기본 생활 유지는커녕 빚지지 않고는 먹고사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다.
외국의 최저임금에 비하면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노동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우리나라의 실질 최저임금은 시간당 3달러 수준이다. 이는 프랑스의 30%, 일본의 40%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경영계는 늘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는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계속해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이제 노동자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성장은 더 이상 불가능함을 인식하고 최저임금 현실화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도 문제다.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는 정상적인 논의를 거쳐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회의가 시작되면 사용자 쪽은 터무니없이 낮은 인상률을 내놓은 반면 노동자 쪽은 이보다 훨씬 높게 요구해 늘 접점을 찾지 못하고 회의가 파행되기 일쑤였다. 그러다 공익위원이 적당히 중간값을 제시하면 어느 한쪽이 불만을 품고 퇴장한 뒤 나머지 위원들이 겨우 정족수를 채워 의결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더는 이런 식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전면 개선하기 바란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안을 제시하는 등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은 지 오래다. 최저임금을 말 그대로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 국회가 제도 개선을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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