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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단견이 부른 무상보육 중단 위기 |
서울 서초구가 10일부터 영유아(0~2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가정에 대한 무상보육 지원을 중단할 뻔했다고 한다. 서초구의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급히 다른 예산을 지원해 한달가량 위기를 늦추긴 했으나, 그저 임시방편일 뿐이다. 지금대로라면 8월 이후 서울의 다른 구와 지방에서도 무상보육 중단이 불가피하다니 전국적 ‘보육대란’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부자로 손꼽히는 서초구가 무상보육 중단 사태에 직면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 제도의 계획과 집행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에서 2012년도 예산을 강행처리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무상보육에 각각 3500억원가량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상보육 대상이 소득 하위 70%에서 모든 계층으로 확대돼도 새로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가 기존의 지원대상 규모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 탓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제도가 시행되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가정이 급증했다. 그 결과 서초구의 경우 지원대상이 1665명에서 5113명으로 늘었다. 관련 예산이 동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재정이 취약한 지방정부로선 전체 무상보육 재원의 40~70%를 떠맡아야 하는 현 구조를 감당해낼 도리가 없다. 지난 3월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공동성명을 내어 보육대란을 경고하면서 무상보육의 전액 국비 추진을 요구한 이유다. 화들짝 놀란 중앙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으나, 3개월이 지나도록 대안이 감감무소식이다.
그런 와중에 기획재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무상보육을 없애고 선별지원으로 돌리자는 의견을 내놓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 부처들이 탁상행정으로 소요 재원을 잘못 추계하고 대책 마련을 게을리한 것만으로도 비난받아 마땅한데, 시행 4개월여 만에 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것이다. 무상보육은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주요한 대책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 도입됐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재원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마련할지를 고민해야지 갓 도입한 제도를 근본부터 뒤엎으려는 건 옳지 않다. 중앙정부는 재정지출 구조를 개선하고 세금을 늘려 무상보육 부담 비중을 높이는 게 옳다. 동시에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해 보육의 질을 높이고 무상보육 재정 부담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방정부 역시 재정 건전화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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