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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05 19:09 수정 : 2012.07.05 20:30

지난해 6월 발생한 ‘민주당 최고위원회 도청’ 의혹 사건은 우리 언론사와 정치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검찰과 경찰의 봐주기 수사로 유야무야됐다고 해서 잊혀질 수도, 중요성이 덮일 수도 없는 사건이다. 도청 행위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국방송 쪽이나, 녹취록을 입수해 공표한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의 죄과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19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위원장에 도청 사건의 장본인인 한선교 의원을 내정했다. 문방위원장은 고사하고 문방위원 자격도 없는 인물을 위원장에 앉히겠다는 기막힌 발상이다. 도청 사건의 직접적 피해자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찾아볼 수 없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문방위원장 자리를 탐내는 한 의원의 몰염치도 문제지만 그를 감싸고도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도덕성 해이는 더욱 심각하다.

한 의원은 잘 알려져 있듯이 2007년 박근혜 대선캠프 후보 수행단장을 지낸 친박계 핵심 의원이다. 그가 도청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서도 지난 총선에서 거뜬히 ‘단수 공천’을 받은 것은 친박계라는 이유 말고는 다른 설명을 찾기 어렵다. 이번 문방위원장 내정도 명목상으로는 한 의원 혼자만 문방위원장에 입후보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원내지도부가 4파전 상황을 교통정리한 결과라고 한다. “문제가 될 게 뻔한 인사까지 낙점하는 것을 보니 친박 세상이 맞구나 하는 절망감이 든다”는 푸념이 새누리당 안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방위는 19대 국회의 가장 뜨거운 상임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방송 파업 사태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 특혜 배정 등 다뤄야 할 현안이 산처럼 쌓여 있다. 위원회를 원만하게 이끌어갈 위원장의 존재가 어떤 상임위보다 절실하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거꾸로 결격사유투성이인 한 의원을 문방위원장으로 내정함으로써 스스로 분란을 자초했다. 문방위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새누리당이 무리수를 써가면서까지 한 의원을 굳이 문방위원장에 앉히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새누리당은 문방위가 처음부터 파행으로 치닫기를 원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언론장악과 언론탄압의 실상을 덮고 문화방송 파업 사태 등 현안을 방치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닌가. 새누리당의 의도가 진정 이런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한 의원의 문방위원장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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