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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08 19:13 수정 : 2012.07.08 19:13

일본 우익의 평화헌법 흔들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9조를 핵심으로 하는 평화헌법이 1947년 맥아더 점령군사령부의 주도로 제정된 이래,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만들자는 것은 우익의 오랜 꿈이었다. 이런 야욕은 과거 침략을 미화·찬양하고 전범재판인 도쿄재판의 정당성을 부인하며 에이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의 언행으로 되풀이됐지만, 실현되지 않은 건 일본 국내의 강고한 반전·평화 여론과 한국·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견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의 정치·사회 상황이 바뀌면서 평화헌법의 봉인 떼기 움직임이 급속하게 현실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선, 평화헌법 수호자 노릇을 했던 혁신 야당인 사회당(현 사민당)이 1993년 55년 체제의 붕괴와 함께 몰락하면서 우경화를 견제할 정치세력이 없어진 게 크다. 2009년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우파 정치인 육성기관인 마쓰시타정경숙 출신의 노다 요시히코가 총리가 되면서 우경화를 견제하기는커녕 선도하고 있다. 최근의 정치권 흐름만 봐도 총리 직속 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해석할 것을 주문했다.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하고, 핵무장의 길을 열어놓는 방향으로 원자력기본법을 개정한 것도 민주당 정권이다. 제1야당인 자민당은 헌법 개정 없이도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국가안전보장기본법안’을 차기 총선의 공약으로 내놨고,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을 배경으로 급부상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의 오사카유신회도 9조의 개정을 묻는 국민투표를 하자고 나섰다. 마치 태평양전쟁 때의 국민 총동원 체제인 대정익찬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새다.

반면, 일본 안의 평화·반전·반핵 세력은 점점 존재감을 잃고 견제력을 상실했다. 오히려 20년에 걸친 장기 경제침체와 지난해 일어난 동일본 대참사의 영향으로 사회에 좌절감과 피해의식이 깊어지면서, 공격적 우경화와 파시즘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주문까지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식민 지배라는 참상을 겪은 우리나라로선 과거의 침략 행위와 명확하게 단절하지 않는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강력하게 견제하고 제어할 책무가 있다. 군대위안부에 대한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는 일본이 평화헌법의 봉인을 떼려는 건 동북아의 평화를 깨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임을 일본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경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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