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4대강 비판 땐 소송 각오하라는 치졸한 정부 |
한국수자원공사 4대강사업본부장이 4대강 사업을 비판해온 박창근 관동대 교수를 지난달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한다. 경찰은 최근 정남정 본부장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박 교수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대표적인 4대강 반대론자인 박 교수에 대한 소송은 비판세력에 재갈을 물리려는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
경남도 낙동강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해온 박 교수는 그동안 낙동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 곳곳을 현지조사하면서 “함안·달성·창녕보 등 곳곳에서 역행침식과 세굴이 일어났다”며 “수자원공사가 이를 은폐하기 위해 덧씌우기 공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본부장은 이런 그의 주장을 허위사실이라며 박 교수를 고소했다.
이번 소송은 4대강 비판 세력을 옥죄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흔적이 짙다. 정 본부장은 “수자원공사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결정해 부서 책임자로 고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공사 차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국토해양부와 사전에 조율했을 가능성이 크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1월 “4대강 사업에 대해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하는 것에 법률적 대응을 검토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눈엣가시 같은 4대강 비판 학자에게 본보기 소송을 걸어 4대강 비판 세력을 잠재우려는 것인데, 치졸하기 짝이 없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소송으로 틀어막으려는 한심한 작태는 한둘이 아니다.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박원순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에 대해 국정원은 2억원 명예훼손 소송으로 답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피디수첩’ 제작진은 농림수산식품부 등으로부터 모두 7건의 민형사 소송을 당했다. 법원은 이들 소송을 모두 각하했는데, 정부기관에 대한 폭넓은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나 기업이 시민단체나 언론의 입을 막기 위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를 억제하는 법이 27개 주에서 제정돼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도 이런 제도의 입법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연설에서 “4대강 자전거길을 따라 정취를 느껴보라”며 4대강으로 휴가 갈 것을 권했다. 앞에선 4대강 홍보나 하면서 뒤로는 비판세력을 옥죄는 소송을 불사하는 현 정부의 불통 행보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이제 퇴행적인 4대강 행보를 그만둘 때도 됐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