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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졸속으로 점철된 새누리당의 ‘특권 포기 쇼’ |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수습 방안을 놓고 새누리당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를 둘러싸고 물러나야 하네 말아야 하네 말들이 많다. 친박계 안에서도 저녁 다르고 아침 다르더니 결국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표만 의식한 채 원칙 없는 행보를 하다 보니 이런 오락가락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의원 특권 포기 추진 자체부터가 졸속이었다.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고 의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하게 한 것은 일종의 무리한 ‘특권 포기 쇼’였다.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비대위가 가장 먼저 의결한 것이 불체포특권 포기였다. 총선 전략 차원이었던 셈이다. 대선을 의식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관철하기는 해야겠는데 의원들 설득은 안 되고 중구난방이 되면서 체포동의안 부결로까지 이어졌다. 시작이 졸속이니 이후 과정도 졸속인 셈이다. 엊그제 부결 사태는 새누리당 지휘부의 계속된 졸속 대응이 부른 참사다.
새누리당 상당수 의원들이 특권 포기를 소리높이 외쳐놓고 정작 체포동의안 표결에선 딴 짓을 한 것 역시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 근시안적 사고 때문이다.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으면 대의에 따랐어야 했다. 체포동의안 부결은 결과적으로 국회가 정 의원이 무죄라며 방탄복을 입혀준 꼴이다. 이처럼 손바닥 뒤집듯 말과 행동이 표변하는 정당을 국민이 어떻게 믿고 따르겠는가.
졸속으로 점철된 일련의 과정을 두고 당의 실질적 오너인 박근혜 의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의원은 엊그제 본회의 표결에도 불참했고, 어제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전부터 중요한 의총에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을 샀다. 이를 두고 과실은 챙기되 책임은 지지 않는 ‘열외 리모컨 정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의원은 이 원내대표의 사퇴를 만류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박 의원의 심중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부결 사태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체포동의안 부결이 잘됐다는 것인지, 박 의원은 뒤로 숨지 말고 당당히 의견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의원 특권 포기 추진 과정에서 계속된 졸속 대응은 결국 박 의원의 대선 길을 포장하려는 외화내빈 행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박 의원에게 잘 치장된 홍보와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으론 대선 길을 돌파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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