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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16 19:09 수정 : 2012.07.16 19:09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드디어 5·16과 유신체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 의원은 어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5·16이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초석을 만들었다고 본다”며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신체제에 대해서는 “지금도 찬반 논란이 있으니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록 명시적으로 “구국의 혁명” 같은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5년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역사인식이다. 여전히 5·16은 쿠데타가 아니라 혁명이며, 유신체제는 옹호해야 할 대상이다. 그는 “피해를 보고 고통받은 분들에게 사과한다”는 말을 했지만 진정성이 별로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미래에 대한 구상과 전망은 과거에 대한 평가와 인식에서 출발한다. 애초 첫 좌표 설정이 잘못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항로 탐색은 궤도를 빗나갈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의 역사관을 보면서 그의 미래 구상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헌법의 최고 수호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총칼로 헌법 질서를 무너뜨린 행위를 옹호하는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근대화를 위해서는 국민에 대한 탄압과 폭압 정치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믿음이 그의 국가운영 철학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생각하면 섬뜩해진다. 목적이 좋으면 수단과 방법에 약간의 흠이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은 이미 국회의원 특권 포기 등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소용돌이 속에서 확인됐다.

박 의원은 단순히 5·16의 옹호 차원을 넘어 ‘5·16의 계승과 발전’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얼마 전 출마선언문에서 ‘맞춤형 복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아버지의 궁극적 꿈은 복지국가였다”는 말까지 했다. 이제 5·16은 산업화를 넘어 전 국민 복지를 위한 위대한 혁명으로까지 격상되었다. 그리고 박 의원은 아버지의 유업을 완성하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했다. 그런 박 의원한테 5·16과 유신독재에 대한 진지한 역사적 성찰을 요구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다.

박 의원은 어제 유신체제에 대해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의 판단’처럼 무책임하면서도 교묘한 말도 없다. 현 정권 들어서 박정희 시대에 대한 ‘역사적 평가 뒤집기’ 작업은 역사교과서 개편 작업 등을 통해 이미 시작됐다. 박 의원이 만약 대통령이 되고 나면 5·16과 유신체제의 미화와 찬양이 극에 달하며 역사는 더욱 뒤틀리고 뒷걸음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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