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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출이자 더 챙기려 시디금리 담합했나 |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짬짜미(담합)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인다고 한다. 3개월 만기의 무기명 증권인 시디는 은행의 단기 자금조달 수단으로, 대출금리의 기준지표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은 물론 가계나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에도 바로 영향을 미친다.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금리 짬짜미를 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며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시디금리 짬짜미 의혹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었다. 다른 은행 금리에 견줘 시디금리만 안정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9일부터 7월11일까지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3.50%에서 3.19%로 내린 반면 시디금리는 연 3.54%로 변동이 없었다. 짬짜미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시디금리가 조작돼 높아질 경우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은 높아지고 반대로 은행이 거둬들이는 이자는 많아진다. 현재 가계대출 잔액의 약 30%인 300조원가량이 시디 연동형 상품이라고 한다.
시디는 은행에서 발행하고 증권사가 인수해 유통시킨다. 해당 증권사들은 중개수수료만 받는 증권사가 시디금리를 일부러 올릴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다. 은행들 또한 시디를 발행하기만 할 뿐 최종 금리 결정은 증권사 몫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발행 주체이면서 이해당사자인 은행들이 시디금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증권사들은 은행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금리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떨어지는 구조다. 최근 들어 시디 거래가 급감하면서 가격결정 원리가 작동하지 않은 탓에 금리 변동이 없었다고 하는데, 궁색한 설명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시디 발행 물량이 많이 줄어든 게 짬짜미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은행이 시디를 금리를 높여 발행할 수는 없더라도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은행의 수익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파문을 일으킨 바클레이스은행의 리보금리 조작사건도 비슷한 이유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철저한 조사로 짬짜미 여부를 밝혀내는 것과 함께 시디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단기 지표금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금리가 하향 흐름을 보여도 가계대출 금리는 요지부동인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리 하락기에 예금금리는 더 빨리 더 많이 떨어뜨리고 대출금리는 천천히 조금 떨어뜨리려는 은행들의 관행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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