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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재철 사장의 노조 보복인사, 치졸하다 |
방송사상 최장기인 170일의 파업을 풀고 노조가 업무에 복귀한 문화방송이 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업무 복귀에 맞춰 군사작전 하듯 조직을 개편한 뒤 파업에 적극 참여한 50여명의 조합원에 대해 보복성 인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방송 정상화를 스스로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는 김 사장의 행태에 다시 한번 절망하고 분노한다.
김 사장은 노조가 업무 복귀를 선언한 17일 밤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발표하고 모두 156명에 대한 인사발령을 내렸다. 인사 대상자 가운데 파업에 적극적이었던 50여명은 그동안 자신이 해온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부서에 배치됐다고 한다. ‘피디수첩’의 간판인 조능희 피디와 신동진 아나운서가 사회공헌실로, 김상호·김범도 아나운서가 서울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종환 기자가 용인 드라미아 개발단으로 전보된 것이 대표적이다. 조합원들이 옮겨가야 할 곳은 이밖에 중부권 취재센터, 미래전략실 등이다.
김 사장의 인사조처는 한마디로 파업에 대한 치졸한 보복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바른말을 하는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한테서 마이크와 프로그램을 빼앗아 자신의 입맛대로 방송을 만들겠다는 노골적인 의사 표시다. 그의 안중에 문화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은 없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셈이다.
김 사장의 조처는 내용상으로 부당할 뿐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하자가 심각하다. 문화방송 단체협약은 직종 변경 등 주요 인사이동의 경우 적재적소와 기회균등, 욕구충족의 원칙을 따르고 조합원의 의견을 참작해 사전에 노조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발령은 조합원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사전에 노조와의 협의나 통보 절차도 없었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해 ‘피디수첩’ 프로그램 중단 지시에 맞선 이우환·한학수 피디를 비제작부서로 발령냈다가 법원으로부터 “인사권 남용에 해당돼 무효”라는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번의 대규모 보복성 인사도 전후 사정이 당시와 똑같다. 그런데도 김 사장은 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부당 인사를 무모하게도 저지르고 있다.
이번 인사조처로 김 사장은 공영방송을 이끌 자격이 터럭만큼도 없음이 거듭 드러났다. 스스로 물러나는 게 최선이나, 김 사장에게서 그런 예의염치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음달 초 새 임기를 시작하는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김 사장을 퇴진시켜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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