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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디수첩 검사의 영전, 대선 수사도 걱정된다 |
법무부가 어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하면서 2009년 피디수첩 사건을 수사했던 전현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을 서울지검 3차장에 발탁했다. 정권의 뜻에 부응해 무리하게 기소를 했다 무죄판결을 받은 검사를 연거푸 요직에 기용하는 것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 검사장 승진에 이은 또한번의 오기 인사이자 보은 인사다. 정권 입장에선 검찰을 장악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국민들 보기에는 검찰이 정권의 충견이자 ‘정치검찰’임을 재확인시켜주는 ‘악수’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인사는 김진모 검사 인사와 달리, 전 차장이 대선을 앞두고 주요 사건을 담당하는 자리에 가게 됐다는 점에서 관련 수사가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피디수첩 사건은 촛불시위에 놀란 정권이 그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임수빈 서울지검 형사2부장이 이 사건 기소가 부적절하다며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사표를 낼 정도로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사건이었다. 이후 법무부가 지검 부장 자리를 내걸고 사건 수사를 맡을 사람을 수소문했고 다른 검사들은 거절했으나 전 검사가 하겠다는 뜻을 밝혀 형사6부장에 기용됐다고 한다. 결국 전 부장이 맡아 피디 5명에 대한 무더기 기소를 강행했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실이 보여주듯이, 조금만 법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정보도 정도로 충분한 사안을 검찰이 형사사건화해서 무리하게 기소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현 정권 들어 물의를 빚은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사건과 미네르바 사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등과 함께 검찰의 대국민 신뢰를 결정적으로 추락시킨 대표적인 ‘청부수사’ 사례로 꼽힌다. 이 수사 뒤 전 부장은 검사들의 선호도 1위인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으로 영전한 데 이어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을 이례적으로 두차례나 연임하는 등 출세가도를 달렸다. 3차장은 특수부 등 대형사건 수사 부서를 휘하에 두고 있어 대선을 앞둔 고소고발 사건도 그가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전 차장뿐 아니라 다른 문제사건 관련 검사들이 줄줄이 영전하는 동안 검찰 조직은 기울어가는 이명박 정권의 운명처럼 국민들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직이, 이 권력 저 권력에 빌붙어가며 고위직과 요직을 차지하는 정치검사들의 놀음판으로 전락하도록 내버려둘 국민은 없다. 이번 인사는 대선을 앞두고 검찰개혁의 절박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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