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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디금리 왜곡 금융감독당국도 책임 있다 |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짬짜미(담합)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방어막을 치고 금융업계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중요한 업무는 소비자 보호다. 다수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는데도 그렇게 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까우며 신뢰를 더욱 잃을 수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국회 답변에서 담합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담합 의혹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봐야 한다고 여지는 남겼으나, 조사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마치 입을 맞춘 듯이 담합 의혹에 대해 단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디금리가 왜곡돼 있는데도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 자성해야 할 금융당국이, 뭐가 문제냐는 투로 금융권을 감싸고도는 것은 볼썽사납다.
시디금리 담합 의혹은 진작부터 제기돼온 문제다. 금융당국이 예대율 산정에서 시디 발행액을 제외한 직후인 2010년부터 시디금리의 식물화 우려가 제기됐다. 발행 물량이 극히 적은데다 금리 변동에 따라 손익이 달라지는 은행들이 금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증권사들이 호가를 내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금융당국은 마땅한 대체수단이 없다는 핑계로 2년 넘게 시간을 끌었다. 이번에 명백한 금리 담합 행위가 없었다고 해도 금융당국은 이러한 묵인·방조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
올해 들어 실세금리가 하락하는데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을 때도 금융당국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조사에 나서자마자 지난 4월 이래 3개월간 꿈쩍도 않던 시디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이 감독당국의 움직임에 얼마나 기민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달리 말하면 그동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무려 324조원에 이르는 시디금리 시장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시디금리를 대체할 단기 지표금리 개발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려 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자신들의 권한이라며 제동을 걸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소비자 피해를 막는 것보다도 주도권 다툼이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감독당국의 도덕적 해이의 또하나의 증표가 아닐 수 없다. 금융당국은 더이상 금융권을 싸고돌아선 안 된다. 관련 은행과 증권사를 철저히 조사하고 공정위 조사에도 적극 협조해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대체 지표 개발을 서둘러 시장의 혼선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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