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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권 탐욕 도를 넘었다 |
시중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멋대로 올려 이자를 챙겨왔다고 한다. 금융감독당국 또한 금융회사의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는 등한시했다. 그러다 보니 한 시중은행의 경우 학력이 낮으면 금리를 더 물리기까지 했다. 감독당국이 이를 승인해줘 문제될 게 없을 것으로 봤다고 한다. 탐욕 가득한 금융권의 치부가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감사로 곳곳에서 드러났다.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기준금리를 내리자 이자수익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다양한 명목으로 가산금리를 올렸다. 가산금리 인상으로 더 얻은 수익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저금리 혜택이 가계와 기업으로 가지 못하고 은행의 배만 불린 꼴이다. 그래 놓고도 은행들은 연체자에겐 가혹했고 돈을 갚아도 신용회복엔 늑장을 부렸다. 지난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게 소비자를 후려친 이런 영업의 결과라면 통탄할 일이다.
압권은 학력을 이유로 대출 이자율을 차등적용한 신한은행의 경우다. 이 은행은 신용등급 평가에서 고졸 이하는 13점, 대졸 43점, 석·박사 54점을 부여하는 식으로, 학력이 낮으면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거나 대출을 거절했다고 한다. 2008년에서 2011년 사이 이뤄진 개인 신용대출 가운데 7만여건에서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더 부담한 이자만 17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낮은 학력 때문에 신용대출이 거절된 사례도 1만여건이나 됐단다. 학력은 이미 직업·소득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또 별도 항목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중의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은행이 이런 식의 영업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 당국은 그동안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게 원칙이라며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을 감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당국은 한술 더 떠 경영실태 평가에서 은행의 실적을 평가하는 순이자마진율을 높게 잡아 은행이 더 많은 수익만 추구하도록 독려했다. 금융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까봐 우려해서라는 설명이지만, 지나치다.
이번 사태에서도 시디금리 담합 의혹에서 드러난 은행들의 부도덕성과 금융당국의 도덕적 해이가 그대로 재연됐다. 금융당국이 문제를 보고도 눈뜬장님이 되는 것은, 시장 감시나 소비자 보호 기능이 산업 진흥과 건전성 감독 업무에 압도되는 시스템 공백 탓도 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 내에 설립돼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 기구로 독립시키는 등 금융권에 대한 국민 신뢰를 끌어올리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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