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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은 김영환씨 일행 가혹행위 진상 밝혀야 |
중국에서 체포됐다 114일 만에 풀려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어제 중국 당국으로부터 물리적 압박,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귀환 조건으로 김씨에게 각종 가혹행위를 한국에 돌아가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강요했다고도 한다. 김씨는 구체적인 가혹행위에 대해선 밝히기를 꺼렸지만, 우리 국민이 외국 공안당국으로부터 가혹행위 등 인권을 유린당했다면 이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김씨 발언을 들어보면 중국이 제대로 된 법치국가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중국 당국은 007 작전 하듯 김씨 일행을 체포하더니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얘기하라는 식으로 막무가내 조사를 벌였다. 변호인과 영사 접견권을 요구했지만 마지못해 영사 접견만 허용했다. 무슨 혐의로 체포됐는지도 말해주지 않아 컴퓨터 모니터를 훔쳐본 뒤에야 알게 됐다고 한다. 김씨 일행 중 한 명은 한 달 동안 앉아서 잠을 재우는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얘기도 김영환 석방대책위 쪽에서 나온다. 김씨가 국내에 잘 알려진 북한인권운동가여서 망정이지 이름없는 중국 내 탈북자나, 반북활동 인사였다면 어찌됐을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 일행에 대한 중국 공안의 체포와 조사가 북한 당국과 밀접히 연관됐을 것이라는 김씨 주장도 예사롭지 않다. 김씨는 북한 보위부가 지목해 중국 국가안전부가 잡으려고 감시·미행했던 사람과 만난 직후 붙잡혔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중국 공안이 협력해 북한인권운동가 등에 대한 조직적인 검거·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지난 23일에야 주한 중국대사대리를 불러 가혹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고 한다. 김씨 일행이 구금 생활 초기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에 비춰 보면 시일이 너무 많이 흐른 뒤에 나온 안일한 대응이란 비판을 살 만하다. 정부는 가혹행위의 진상을 파악해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인권은 다른 무엇에도 우선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고 자국민 보호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 의무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감추려고만 들지 말고 G2 위상에 걸맞게 부끄러운 구석이 있다면 솔직히 드러내놓고 사과 등 합당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김씨는 어제 회견에서 앞으로도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이제 진보, 보수를 떠나 누구도 외면하기 어려운 국가적 현안이 되었다. 이번 사건이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고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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