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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부진, 부의 재분배로 내수 살려야 |
우리 경제의 2분기 성장률이 0.4%로 1분기(0.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한다. 대외변수에 취약한 한국 경제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는 형국이다. 하반기에는 좀 나아질 것이란 낙관론 또한 쑥 들어가는 분위기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성장률이 3% 수준에 머물거나 2%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어제 한국은행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보면, 2분기 들어 민간소비 증가세가 힘을 잃고 설비투자와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은 물론 미국·중국 등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영향으로 국내 경기도 함께 내려앉은 것이다. 가계와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지고 소비자심리지수도 뚝 떨어졌다.
유로존 위기는 더 위험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4개국과 아일랜드가 10월까지 상환해야 하는 국고채 물량은 775억유로에 이른다. 게다가 스페인은 지방정부의 재정부실이 드러나 국채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도 비슷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위기 타개의 중심축인 독일·네덜란드의 신용등급 전망도 나빠졌다. 유로존이 삐걱대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신흥국 시장마저 경기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탓이다.
유로존 위기가 최악의 사태에 빠질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최대 희생양은 서민과 자영업자·영세중소기업일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에 짓눌려 가처분소득이 빠듯한 저소득층의 고통은 지금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정부는 지난주 말 청와대 대책회의에 이어 어제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위기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기업과 부자 증세를 하지 않고는 달리 손을 쓸 방도가 없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생각도 비슷하다면 특단의 대책을 앞당겨 마련해야 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상장사 635곳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60조원으로 2009년 말 41조원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대기업들도 비상경영에 돌입한다고 하지만 형편은 훨씬 낫다. 대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부의 재분배를 통해 내수를 살려야 한다.
가계와 공공부문의 채무 조정이 필요하며, 이런 상황에서 총부채상환비율 완화는 부작용이 불을 보듯 뻔하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지자체의 빚이 2008년 19조원에서 2010년 29조원으로 는 것도 위험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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