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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정능력 없는 진보정당 존재 이유 없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어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결국 부결됐다. 재적 의원 13명 중 과반에 못 미치는 6명만이 찬성해 제명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애초 찬성할 것으로 알려진 김제남 의원이 기권함에 따라 의결에 필요한 7명의 찬성을 얻지 못한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셈이다.
두 의원 제명안 부결은 통합진보당 정상화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마저 무너뜨리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두 의원에 대한 제명 수순은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과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등으로 추락할 대로 추락한 당의 위상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한 외통수였다. 두 의원 제명은 또 옛 당권파로 대표되는 진보정치의 후진성을 청산하기 위한 가시적이고도 상징적인 첫걸음이었다.
도대체 이제 무슨 낯으로 국민을 대하겠다는 것인가. 비례대표 경선 부정에 대한 정치적 책임 문제 하나 매듭짓지 못하고 어떻게 당 쇄신을 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총선 때 국민 앞에 내놓은 비례대표 명단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를 사죄하는 차원에서 경쟁 비례대표 후보들이 사퇴하자고 해놓고 이제 와서 없던 일로 만들어 버렸다. 이것이 공당으로서 합당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이석기 의원은 제명안이 부결된 뒤 “진실이 승리하고 진보가 승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의원다운 말이다. 이 의원이 생각하는 진보가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애국가보다 아리랑이 낫고, 종북보다 종미가 문제라는 발상이 진보라는 이야기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또 비례대표 경선이 누구도 책임질 필요 없는 무결점 경선이었다는 이야기인지, 당내의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 묻고 싶다. 제명안 부결을 놓고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려도 시원찮을 판에 누가 누구에게 승리했단 말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 의원 발언은 국민을 진실로 섬기는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심상정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해 심 원내대표는 물론 강기갑 대표도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당이 이 지경에 이르면서 결국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제명안 부결은 국회에서의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논의 등 또다른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연말 대선에서 야권연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수렁에 빠진 진보를 어떻게 되살려야 할지 책임 있는 모든 이들의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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