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7.27 19:16 수정 : 2012.07.27 19:16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에서 들고나온 경제민주화의 모호한 개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한다. 경제민주화는 여야 정치권이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시대적 과제다. 새누리당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8명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올 정도다. 국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외계인 같은 발언으로 대단히 실망스럽고 깊은 괴리감이 든다.

허 회장은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작심하고 그런 말을 한 듯하다. “경제민주화는 기존 법률로도 충분히 성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일부 기업 잘못으로 전부가 부정적 모습으로 비치는 게 안타깝고 그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을 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전경련은 한국규제학회와 함께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에 대해 규제의 적정성 감시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입법권 침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허 회장의 발언은 그 연장선상에서 국회의 상생입법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규제의 적정성 여부는 국회의 법률안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다양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 게 맞다. ‘기존의 법률’로 못박고 나선 것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겁박으로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대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공정한 경쟁과 상생이 가능한 사회경제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고 변칙·특권이 기승을 부리는 불공정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기존의 법률로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시장 규율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적지 않으며 이는 이미 세계적 흐름이 돼 있다. 이를 기업규제론으로 막으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재벌 대기업의 잘못된 행태가 끊이지 않고 튀어나오는데 일부 기업의 잘못이 부풀려진 것처럼 상황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경제민주화를 차라리 반대한다면 모를까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투의 화법은 오만하고 불성실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재계 수장이라면 마땅히 논리적인 찬성이나 반대로 진지하게 논의를 열어가야 한다. 모른다는 표현은 무시·폄하 의도로, 그런 말을 꺼내지도 말라는 황제경영의 오만함이 느껴진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초과이익공유제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들다간 더 큰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