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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망스러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
민주통합당이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늘 오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본경선에 진출하는 5명의 후보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 23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벌여온 합동연설회와 토론회 등 예비경선(컷오프) 일정은 막을 내렸다.
예비경선이 마무리된 시점의 민주당 당내 경선의 중간성적표는 매우 초라하다. ‘빅3’(문재인·손학규·김두관)의 치열한 싸움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 섞인 전망은 빗나갔다. 정치적 역동성을 상실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끄는 데도 실패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안철수 바람’에 밀려 민주당 전당대회 자체가 ‘마이너리그’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후보들의 지지율이 당내 경선의 ‘컨벤션 효과’로 상승곡선을 그리기는커녕 추락하거나 정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단적인 증거다.
민주당 경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외면은 ‘안풍’의 영향 탓이 크지만 경선 내용 자체에도 원인이 있다. 그동안 몇 차례 진행된 합동연설회 등은 문재인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당내 경선에서 후발주자들의 1등 때리기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상이다. 후보들 간의 치열한 난타전이 유권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것이라는 옹호론도 있다. 하지만 계속 비슷한 공격과 방어가 되풀이되면서 유권자들에게 감동과 흥미를 주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진흙탕 싸움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 경선이 지닌 최대 문제점은 ‘안철수 현상’의 근본적 원인인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쟁점 자체가 참여정부 실패론, 대북 송금 특검 문제 등 주로 ‘과거형’에 머물면서 새로운 미래 비전을 둘러싼 경쟁도 실종한 상태다. 결국 이런 모습은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면서 범야권 지지자들의 ‘안철수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당 안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존 정치를 대표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과 새로운 정치를 대변하는 안철수 교수의 틈바구니에 끼여 자신의 좌표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위기에 대해서는 당내 모든 대선 후보들도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입으로는 위기를 말하면서도 실제로 이를 헤쳐나갈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데 있다. 앞으로 시작되는 본경선은 예비경선 때와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 컷오프를 통과하는 후보들의 일대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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