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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병화 사퇴했다고 김창석·김신 면죄부는 안될 말 |
국회가 어제 김신·김창석 고영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새누리당은 세 후보자 모두 대법관으로 적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민주통합당은 김창석·김신 후보자에 대해 각각 재벌편향·종교편향 판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병화 후보자의 비리 의혹 등 개인적인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는 바람에 정작 성향과 전문분야의 다양성이 미흡하다는 애초의 지적은 심각하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 김 후보자 사퇴 이후 제기되는 대법원 재구성 논의가 자칫 ‘무늬만 다양화’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최근 김창석 후보자의 과거 판결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계기로 이 점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후보자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건 말고도 여러 건의 기업범죄와 권력형 비리에 관대한 판결을 한 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결함이다.
그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선고된 3년6월형을 2심에서 “잘못을 뉘우치고 64살 나이에 구속돼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는 등 판에 박힌 이유로 2년6개월로 대폭 깎아줬다고 한다. 납품업체에서 청탁과 함께 7억원 가까이 받은 홍순호 대우조선해양 전무는 “먼저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2년에서 반을 뚝 잘라 1년으로 줄여줬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강경호 ㈜다스 대표가 인사청탁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은 사건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가 대법원에서 파기되는 등 비리사건에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판결을 해왔다는 인상이 짙다.
반면 쌍용차 파업 사건 참가자에 대해선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한 행위로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원심대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당했다.
제일모직 소액주주들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이 요청한 이 회장 사건 기록 송부 요청에 대해 이 회장 쪽이 공개에 동의한 대목 이외엔 송부를 거부한 적도 있다. 노동자와 기업가를 보는 시각의 균형감각에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밖에 금성교과서 수정지시 사건과 국방부 불온서적 관련자 파면 사건, 건강보험공단 강사 성희롱 사건 판결 등에 대해서도 적절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다.
김병화 후보자가 사퇴했다고 다른 두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 안 될 말이다. 대법원 구성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이번 기회에 엄격한 검증의 전례를 남겨야 대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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