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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02 19:21 수정 : 2012.08.02 19:21

계속되는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요즘, 영국 런던에서 전해오는 태극 전사들의 승전보와 활약상이 청량제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제만 해도 유도, 사격, 펜싱에서 한꺼번에 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폭염에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줬다. 몇 차례의 은퇴와 재기를 반복하며 33살의 나이에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유도의 송대남 선수, 20년 만에 여자 사격에서 금맥을 캐낸 20살 앳된 얼굴의 김장미 선수, 남녀 사상 처음으로 사브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자 펜싱 김지연 선수의 이야기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가 선사한 감동의 진수였다.

하지만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유독 우리의 유망주들이 출전한 수영, 유도, 펜싱에서 줄줄이 벌어진 판정 번복과 오심 사태는 분노와 짜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신아람 선수가 출전한 펜싱에서 ‘멈춰버린 1초’ 사건은 런던올림픽뿐 아니라 올림픽 역사에 기록될 만한 오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우리가 피해자란 점에서 동정을 살 만하다. 그러나 배드민턴에서 벌어진 고의 패배 사건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세계배드민턴연맹은 어제 자국 선수를 피하거나 손쉬운 상대를 만나기 위해 여자 복식 조별리그에서 일부러 져주기 경기를 한 중국, 한국, 인도네시아 선수 8명을 실격처리했다. 올림픽 사상 초유의 사태이다. 사건은 중국 짝이 준결승에서 자국 선수 짝과 대결을 피하기 위해 우리 짝과 경기에서 일부러 져주는 데서 촉발됐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선수도 이런 비열한 짓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이런 승부조작은 판정 시비나 오심과는 차원이 다른 악질적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먼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잘못이 정당화될 순 없다. 남이 먼저 차선을 위반했다고 뒤따라간 차들의 위반이 면책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한체육회는 세계연맹과는 별도로 우리 선수와 코치진, 협회 간부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인 뒤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할 것이다.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올림픽 강령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우리 선수들의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추태다. 우리 선수가 관련된 판정 시비나 오심에는 한껏 목청을 높이면서 우리의 잘못에는 한없이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면 누가 우리를 존중하겠는가. 성적뿐 아니라 스포츠 정신에서도 강한 나라라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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