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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2 20:20 수정 : 2005.08.02 20:20

사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기어코 존 볼턴 전 국무차관을 유엔 대사로 임명했다. 상원의 인준 없이 유엔대사를 임명한 것도 유엔 창설 이후 처음이거니와, 지난 3월 그를 대사로 지명한 뒤 미국 안팎에서 계속돼온 자질·자격 논란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의 오만이 두드러진다.

볼턴은 ‘유엔 본부 건물 몇 층을 없애버려도 아쉬울 게 없다’며 유엔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을 나타내온 사람이다. ‘유엔 같은 건 없다’는 말도 했다. 그는 미국의 강경한 대외정책을 주도해온 네오콘 가운데서도 극단으로 치우쳐 있다. 일방적인 이라크 침공을 지지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부하 직원에 대해서는 해고 위협 등으로 입을 막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중요한 정보라도 윗선에 전달하지 않은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런 사람을 대사로 앉혀 ‘유엔 개혁’을 하겠다니, 유엔을 미국의 봉으로 여기는 행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볼턴의 임명은 모처럼 협상 국면에 접어든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는 1차 6자 회담을 앞둔 2003년 여름 한국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악한 독재자’로, 북한 생활을 ‘지옥 같은 악몽’으로 묘사하는 연설을 함으로써 회담 진전을 막으려 했다. 군비통제 담당 차관으로 있으면서 북한의 일방적 굴복을 요구하며 봉쇄정책을 추진하는 등 강경일변도 정책을 주도해온 것은 물론이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지구촌 여론은 지난 몇 해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가장 큰 원인은 일방적인 대외정책에 있으며, 유엔 무시는 이를 상징한다. 부시 대통령이 이에 대해 조금의 문제의식이라도 갖고 있다면, 즉각 볼턴의 임명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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