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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직장폐쇄도 모자라 ‘노예 서약’까지 강요한 만도 |
직장폐쇄와 용역경비 투입으로 논란이 거센 자동차부품업체 만도에서 해괴한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회사 쪽이 직장폐쇄를 풀지 않은 채 ‘앞으로 집단적 불법행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는 조합원만 일터로 복귀시키고 있다고 한다. 공격적인 직장폐쇄만도 큰 잘못인데 한술 더 떠 노동자에게 현대판 ‘노예 서약’까지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자의 권리와 인격을 손톱만큼도 존중하지 않는 만도의 구시대적 행태에 기가 찰 뿐이다.
만도의 서약서 요구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다. 헌법이 노동자에게 보장한 파업권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노조활동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서울행정법원은 파업 노동자들에게 파업 불참 서약서를 받아낸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서부발전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판결한 바 있다. 이처럼 선례가 분명하지만 만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만도의 이런 행태는 치밀하게 계획된 ‘민주노조 죽이기’ 수순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는 노조가 지난달 27일 ‘하루 전면파업’을 시작하자 기습적으로 용역을 동원해 공장을 봉쇄하며 직장폐쇄를 선언했고, 이제는 노조의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고 사실상 약속하는 조합원만 업무에 복귀시키고 있다. 이와 동시에 노동자들 한쪽에선 민주노총 탈퇴를 내건 새 노조 구성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다 회사 쪽은 노조가 오는 6일부터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직장폐쇄를 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0년 상신브레이크, 2011년 유성기업 등에서 민주노조가 와해된 과정과 너무나 판박이다.
고용노동부는 만도의 공격적 직장폐쇄와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조사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만도와 에스제이엠(SJM)에서 유사한 직장폐쇄 및 용역 동원 사태가 벌어진 것은 평소에 노동부가 근로감독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노동부는 더이상 직무를 유기해선 안 된다. 국회도 청문회 등을 개최해 진상을 규명하고, 사태의 원인이 된 공격적 직장폐쇄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 옳다.
1970년 22살의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스스로 몸을 불살랐다. 전태일의 분신은 노동자를 인격적 주체로 존중해달라는 인간선언이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흘렀지만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인식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만도 사태는 보여준다.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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