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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철저한 기후변화 대응 요구하는 폭염 사태 |
서울의 열대야가 7일째 이어졌다. 대구는 무려 11일째다. 폭염특보의 경우 서울에선 폭염주의보(최고기온 33도 이상)가 지난달 말부터 계속 발동되고, 경보(35도 이상)도 두 번 발동됐다. 가시적 피해가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는 지금 특급 태풍에 준하는 기상재해에 직면해 있다.
당장 요구되는 것은, 뜨거운 햇볕은 무조건 피하고,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며, 잠을 푹 자는 따위의 폭염 대응 매뉴얼에 따른 행동이다. 매뉴얼조차 실천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런 즉각적인 대응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 실천이다. 한반도 주변에서 특히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 우리가 매년 겪는 기상이변과 관련된 문제다.
어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기후변화 체감도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은 인식과 실천에서 심각한 괴리를 보였다고 한다. 98.9%가 체감하고, 또 91.3%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 사용 억제, 냉방기 사용 절제, 나무 심고 가꾸기 등 일상생활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행동에는 불과 30.3%만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에 옮기지 않는 원인은, 그저 귀찮아서(27.8%), 혼자로는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22.8%), 당장 이득도 없고 힘이 들어서(18.3%) 순이었다. 혀끝의 달콤함 때문에 극약을 마시고 있는 것과 같다.
요즘의 폭염은 대기의 흐름(북태평양 고기압과 동풍)과 지형(동고서저) 효과로 말미암은 바 크다. 하지만 엘니뇨 및 라니냐에 영향을 주는 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북극 빙하의 빠른 해빙이 대기 흐름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지난 100년 동안 2℃ 높아졌고, 1980년대 이후 상승세가 더 빨라졌다.
폭염·폭우·가뭄 등 급격한 기후변화의 결과는 곡물 및 가축 등 식량생산에 치명적이다. 해양생태계도 교란해 바다 농장도 파괴한다. 새로운 질병을 유발하고 인명 자체를 직접 위협하기도 한다. 국립기상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보면, 1994년 폭염 사망자가 2284명이었으며 이는 지난 108년간 대풍·대설 등으로 인한 기상재해 중 가장 큰 사망피해였다고 한다. 2003년 여름 서유럽에선 폭염 사태로 8개국에서 3만5000여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런 피해는 경고에 불과할 것이다. 이번 폭염 사태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를 좀더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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