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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식수 불안에 떠는 시민, 하늘 탓만 하는 정부 |
수도권 2500만명의 식수원인 팔당호가 독성물질을 생성하는 남조류로 뒤덮였다. 독성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지만, 팔당호를 원수로 한 수돗물에선 악취 유발 물질인 지오스민이 대량 검출됐다. 악취 호소는 남양주 일원에서 시작해 이제 부천·안양 등 경기도 전역으로 퍼졌다. 낙동강에서도 남조류가 중류의 달성보를 거쳐 상류 쪽 강정·고령보와 칠곡보를 넘어섰다고 한다. 대구 시민과 구미, 김천, 칠곡 시민의 취수원을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폭염이 장기화되면 녹조류 발생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상수원의 녹조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녹조가 발생하더라도 수돗물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게 정부의 의무다. 그런데 대통령부터 환경부,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폭염과 가뭄 탓만 하고 있다. 저의 의무도 모르는 이런 정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낙동강의 중상류에 남조류가 발생한 건 4대강 사업으로 물의 흐름이 정체된 탓인데도 그저 하늘 탓만 하니, 무책임의 극치다.
북한강 남양주 화도읍 인근에 녹조가 발생한 것은 6월 말이었다. 팔당호에서 불과 12㎞ 거리이니 사실상 팔당호의 상류 지점이다. 팔당호에 조류주의보가 발동된 것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7월27일이었다. 닷새 뒤 서울의 잠실수중보 인근 취수원 3곳에서도 녹조가 조류주의보 발령 기준을 넘었다. 그사이 경기도 일원 수돗물에선 지오스민이 기준치의 2~4배나 검출되기에 이르렀다.
녹조가 팔당호를 덮고, 잠실까지 번질 때 당국이 한 일이란, 드넓은 팔당호에서 7척의 선박 스크루를 돌려 산소를 공급하고, 쓰레기나 제거하는 게 고작이었다. 악취 호소가 이어지자 취수원 인근에 황토를 뿌렸고, 정수 때 분말활성탄을 더 주입하도록 했을 뿐이다. 거기에, 악취 물질은 인체에 무해하고, 끓이면 사라지고, 비가 내리면 쓸려 가니 걱정하지 말라는 홍보가 전부였다.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압축한 것이었다. 요컨대 참으라는 것이다. 참으로 염치없는 말이다.
사실 수돗물 악취는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만 설치하면 막는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지자체의 거듭된 요구를 계속 묵살했다. 수도권 37개 정수장 가운데 설치된 곳은 3곳뿐이다. ‘수질 걱정 끝’이라며 4대강 사업에 모든 재원을 쏟아부은 탓이 크다. 녹조의 원인인 질소·인 등 영양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지류·지천 환경개선 사업도 중단됐다. 그러고도 하늘 탓만 하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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