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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의원 리더십, 이 정도인가 |
새누리당의 공천뇌물 의혹 사건은 박근혜 의원의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 중요한 시험대다. 단순히 박 의원이 공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을 이끈 책임자였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이런 종류의 사안에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책임의식, 조직 운영 능력 등이 상당 부분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건에 관한 한 박 의원의 성적표는 낙제에 가깝다.
우선 박 의원의 상황 파악 능력의 부재다. 박 의원은 애초 “검찰에서 한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할 문제”라는 원론적인 언급을 했다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를 두고는 측근 참모들이 박 의원에게 ‘청와대 기획설’ 등 사건의 실체와는 거리가 먼 보고를 한 탓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엉터리 보고에 솔깃한 것부터가 박 의원의 잘못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윗사람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인물들을 주변에 포진시킨 박 의원의 조직 운영과 용인술의 실패다.
공천뇌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황우여 대표가 책임진다는 데 박 의원이 동의한 것도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황 대표가 박 의원의 대리인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공주 대신 매 맞는 아이’를 내세운 것은 참으로 어이없다. 공천뇌물 사건이 일어난 당시의 지도부 대신 현재의 지도부에 책임을 지우는 처사가 박 의원이 그토록 강조해온 원칙과 어떻게 부합되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혼란상은 무엇보다 박 의원이 사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니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물론 지금 단계에서 박 의원이 져야 할 책임의 수위를 말하기는 어렵다. 일부 비박계 대선 주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박 의원의 대선 후보 사퇴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가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친박계는 벌써 “현영희 의원이 개인적으로 선거운동하다 벌어진 일”이라며 박 의원한테 불똥이 튀는 것을 막으려 안간힘을 쓴다. 이런 무책임성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박 의원은 공천뇌물 사건이 터진 뒤 ‘멘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곤혹스러운 심경을 밝혔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그의 대선 가도에 예기치 않은 위협요인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박 의원은 하루빨리 ‘멘붕’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처럼 아무런 책임의식도, 정면돌파의 결기도, 제대로 된 리더십도 발휘하지 못한 채 상황 회피에 급급해서는 대권의 꿈은 오히려 점점 멀어져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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