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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동의 런던 드라마, 짜증나는 전시 행정 |
2012 런던올림픽에 참가중인 우리나라 선수들이 연일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어제까지 12개의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이미 선수단이 목표로 했던 ‘금메달 10개-종합순위 10위’는 초과달성했다. 이제 관심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거둔 역대 최대 금메달 13개를 얼마나 뛰어넘을 수 있는가로 옮겨갈 정도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외형적 목표 달성이 아니라, 승패와 관계없이 우리 선수들이 보여주는 인간 승리의 감동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고 난도 기술로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양학선 선수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아름답게 무대에서 내려온 역도의 장미란 선수는 모두 하나다.
어제는 특히 구기 종목에서 선전이 돋보였다. 올림픽 사상 처음 4강에 진입한 남자 축구팀이 준결승에서 최강 브라질에 가로막혀 아쉬움을 남겼지만, 여자 핸드볼과 여자 배구는 악조건 속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로 유명한 여자 핸드볼 팀은 부상병동이라고 불릴 만한 열악한 상황 속에서 최대의 난적 러시아를 24-23 한점 차로 이기고 8회 연속 4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또 여자 배구도 2004 아테네올림픽 예선전 이래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이탈리아를 3-1로 이기고 36년 만에 4강의 꿈을 이뤘다.
구기 종목은 아무리 뛰어난 선수를 보유한 팀이라도 모래알이 되면 성과를 낼 수 없고 개인의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똘똘 뭉치면 예상하지 못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종목에 비해 ‘감동 백배, 의미 백배’라고 할 수 있다. 일본과 동메달을 다투는 남자 축구, 각각 세계 1위 노르웨이 및 미국과 4강전을 벌이는 여자 핸드볼과 배구팀이 계속 감동의 물결을 불러일으켜 주길 기대한다.
감동을 주는 선수들과 달리, 아직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있음 직한 전시·동원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부와 체육계의 행태는 짜증스럽기 그지없다. 대한체육회는 메달을 딴 선수들을 귀국 환영행사에 참석시키기 위해 귀국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바람에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심신 회복이 시급한 상태다. 그런데도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환영행사 동원을 위해 붙잡아 놓겠다는 발상은 선수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사회의 천박한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정부의 개입 없는 체육회 자체의 생각인지도 의문이다. 대통령 등이 나서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축전을 띄우고 전화를 돌리는 것도 구태의연하다. 이제는 이런 전시·동원 행정도 시대 변화에 맞게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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