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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민을 위한 수질관리 규정은 없다 |
결국 팔당댐에서 잠실대교 사이의 한강 구간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됐다. 1000만 서울시민과 경기도 하남, 광주 시민의 취수장이 몰려 있는 곳이다. 지난 1일 검사에서 주의보 발령 기준을 두 배 가까이 넘겼지만, 기이한 규정에 따라 1주일 뒤에야 주의보를 발령한 것이다. 그사이 클로로필-a는 27.4㎎/㎥에서 34.2㎎/㎥로, 남조류 세포는 820개체에서 4470개체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녹조 확산을 억제하는 데도 무능했지만, 관련 규정마저 시민의 건강을 도외시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6번의 조류주의보가 발령됐고, 그때마다 신속 대응을 위해 조류경보 발령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하지만 당국은 주의보 기준 이상의 클로로필-a가 검출되면, 1주일 뒤 검사를 해 기준치 이상 검출될 때 경보를 발령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고집했다. 일단 발생하면 급격히 팽창하는 조류의 성격상 1주일이면 얼마나 더 폭증할지 모른다. 지난 1주일 동안 남조류는 무려 5배 이상 늘었다. 게다가 대부분 신경독소를 생성하는 아나베나 종이었다. 시민 건강을 조금이라도 걱정했다면, 신속한 재검사를 통해 결과를 발표하고, 그에 따른 대처를 했을 것이다. 행정기관의 편의를 위해 시민의 안전을 희생시킨 본보기다.
이런 조류경보 체계마저 수도권 취수장·정수장이 몰려 있는 한강 수계에만 적용된다. 낙동강·금강·영산강 등엔 적용하지 않는다. 대신 기준이 비상식적으로 높은 수질예보제가 적용된다. 조류경보제의 가장 낮은 단계인 ‘주의’의 기준은 클로로필-a가 15㎎/㎥이지만, 수질예보제의 가장 낮은 단계 ‘관심’은 70㎎/㎥다. 조류경보제의 최고 단계인 대발생과 맞먹는다. 이 때문에 낙동강이 상류의 칠곡, 구미, 상주까지 녹조로 덮여 있는데도, 낙동강엔 수질예보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구·경북의 낙동강엔 매곡·문산, 구미 등 7곳의 취수장이 있지만, 조류경보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올해 초부터 시민사회가 거듭 이런 요구를 했지만, 정부는 상수원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터무니없는 지역 차별이다. 그럼에도 요지부동인 것은,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자인해선 안 된다는 이 정부의 강박 때문으로 보인다. 수질 개선을 사업의 목적으로 삼았는데 준공 직후부터 수질 악화를 인정한다면,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은 그 순간 무너진다. 조류경보제 기준을 적용한다면 낙동강 대부분의 보는 ‘경보’ 단계를 넘어섰다. 그렇다 해도 포기할 수 없는 건 국민 건강이다. 정권의 치부를 가리려 국민을 희생시켜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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