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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를 ‘좌파 소굴’로 보는 반인권적 청와대 |
청와대가 국가인권위를 이른바 ‘좌파들의 소굴’로 보고 국정원과 경찰까지 동원해 정권에 비판적인 직원들의 동향 파악 등 전방위적 관리를 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옥신 전 인권위 사무총장은 최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청와대는 인권위를 좌파들의 소굴로 생각했고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위 체질을 개선하기를 바랐다”며 “(상임위원들의 임기 만료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게 청와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인권위 간부들을 통해 청와대와 현 위원장의 반인권적 행태가 이미 알려지긴 했으나 그가 직접 임명했던 보수 성향의 김 전 사무총장 증언은 무게가 남다르다.
김 전 사무총장의 이런 발언은 현 위원장이 인권전문가들을 내쫓고 조직을 청와대 거수기로 만든 이유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청와대였으니 ‘인권 문외한’에다 ‘무개념’의 현 위원장 연임을 밀어붙이는 데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을 것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또 현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수석비서관이 아닌 일반 비서관을 배석시킬 정도로 이 대통령은 인권위에 대한 애정도 없고 위원장을 만나고 싶어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니 장관급인 인권위원장이 청와대 행정관을 만나고 다닌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현 위원장이 영화 <두 개의 문>을 관람하러 갔다가 관객들에 의해 쫓겨난 사실은 추락한 인권위 위상을 잘 말해준다.
지난 2010년 인권위 전문·자문·상담위원 61명이 동반사퇴한 데 이어, 인권위 전문위원과 북한인권 전문가들이 줄줄이 사퇴하며 현 위원장 연임을 반대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연임을 우려하는 성명까지 발표했고, 인권위 직원들의 90%가 반대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논문 표절에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문제투성이임이 드러나 새누리당까지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새누리당조차 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음에도 청와대는 여전히 그의 재임명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라고 한다. 국민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의식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만 여전히 30~4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꼴이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인권위는 국민의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얻어진 우리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이다. 애초부터 부적격자를 기용한 것도 모자라 연임까지 시킨다는 건 우리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능멸이자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여당은 연임 강행이 불러올 심각한 후유증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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