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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체적 군 기강 해이 드러낸 장교 무장탈영 |
현역 육군 대위가 총기를 갖고 부대를 이탈해 교제를 거부하던 여군 장교와 말다툼을 벌이다 목숨을 끊은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사병도 아닌 현역 장교가 무장탈영해 끔찍한 사고를 일으킨데다, 우리 군의 고질적 병폐인 구멍 난 총기 관리 실태도 다시 확인됐다.
해당 부대는 자살한 정아무개 대위가 K2 소총과 실탄 30발 등을 갖고 탈영했는데도 10시간이 넘도록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사이 정 대위는 아무런 검문검색도 받지 않고 350㎞나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해 결국 사고를 일으켰다. 장교의 부대 출입이 사병보다 자유롭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방부대의 이런 천하태평한 모습은 나사 빠진 군 기강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군은 지난해 7월 해병대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 이후 총기·탄약 관리를 강화했다고 발표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육군 발표를 보면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오후 이 부대의 당직사관이 정 대위의 소총이 반납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으나, 정 대위가 “바빠서 못했는데 나중에 반납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둘러대자 그냥 믿고 넘어가 버렸다. 장교라 할지라도 총기 관리에서만큼은 결코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되는 것은 군의 철칙이다. 하지만 원칙을 지키기보다는 대충 눈감아주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풍토가 여전히 군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군의 위관급 장교들은 사병들을 직접 통솔하며 최일선에서 전투임무를 수행하는 핵심전력이다. 그런데 사고를 일으킨 정 대위는 좋아하는 여군 장교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장탈영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렸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장교들이 일으키는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은 예전에 비해 훨씬 늘어나는 추세다. 장교의 선발·양성뿐 아니라 평소의 생활 태도, 심리 상태 등에 이르기까지 더욱 세심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여군의 증가로 남녀 군인들이 한 부대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시대 변화에 발맞추어 강화된 윤리 개념과 생활 규범 등을 정착시키는 문제도 군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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