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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공천비리 진상규명 의지 있는가 |
새누리당 공천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이 감감무소식이다. 중앙선관위가 검찰에 고발·수사의뢰를 한 지 2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속시원히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 공천비리를 둘러싼 온갖 의혹은 눈덩이처럼 번지고 있으나 검찰 수사는 답답한 소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진상조사 활동 역시 이제야 갓 걸음마를 뗀 단계다. 사건이 터지고 한참 지나서야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더니 시작부터 조사 범위를 놓고 친박-비박 간에 갈등을 빚느라 또 시간을 허비했다. 진상조사위의 활동 범위도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에 국한하는 쪽으로 대폭 축소됐다.
진상조사위는 엊그제 4·11 공천 당시 당의 실무 책임자였던 전 기조국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현영희 의원이 지역구 공천 탈락 전날 갑자기 비례대표로 바꿔 신청한 점이다. 누군가 그의 지역구 공천 탈락 사실을 미리 알고 귀띔해 주지 않았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구 공천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던 그가 갑자기 ‘공천 갈아타기’를 한 점, 직능대표성 등이 전혀 없는데도 비례대표 후보 상위번호를 배정받은 점 등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공천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은 비례대표심사소위 안에서 후보 선발 기준과 안배 원칙 등을 정하는 기획분과 위원이었다. 두 사람 간의 커넥션에 의혹의 눈길이 더욱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현 전 의원은 애초 “비례대표 공천 확정 전에 현 의원과 전화 통화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2~4월 사이 수십 차례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진상조사위가 얼마나 강도 높게 두 사람을 추궁해 진실을 밝혀낼지 지켜볼 일이다.
새누리당이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한 것은 당 차원의 투명한 진상 규명과 철저한 쇄신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태도를 보면 마지못해 조사하는 시늉만 내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조사 범위를 현영희·현기환 두 사람으로 국한해버린 것부터 그렇다.
진상조사위의 임무는 단순히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 차원을 벗어나 공천 전반의 문제점을 규명하는 일이 돼야 마땅하다. 현-현 두 사람 간의 금품수수 의혹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몫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조사위는 미리 선을 그어버렸다. 공천비리 의혹을 두 사람의 개인비리로 축소하고 이들을 당에서 제명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으려는 속셈이 뚜렷하다. 그런 눈가림으로 개혁과 쇄신을 외치는 것도 우습지만 공천비리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지 참으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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