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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붙을 학교폭력 낙인, 교육이 할 일 아니다 |
교육과학기술부가 16개 시·도 교육청에 학교폭력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교자치위)의 조처를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은 학교와 교원에 대해서는 징계도 추진한다고 한다. 교과부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친화적 교육감들과 다시 드잡이를 시작한 셈이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에 대해 인권위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제도 개선을 권고하고, 교육감들이 이 권고를 받아 기재를 거부(전북)하거나 보류(경기·강원·광주)하도록 한 것에 심사가 뒤틀린 셈이다.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다. 학생의 일탈 혹은 폭력이라도 교육적으로 바로잡아야지, 낙인찍고 배제하는 곳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부 기재는 애초 교육과는 어울릴 수 없는 조처였다. 학생부는 고교 혹은 대학 입시에 반영되며 취직에도 영향을 끼친다. 일단 학교폭력 경험이 기재된다면, 다른 분야에서의 잠재력이 우수해도 진학이나 취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빗나가기 쉬운 사춘기의 한두번 일탈이 평생 그의 평판과 삶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인권 역주행으로 지탄받던 인권위도 그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문제다. 인권위는 대안으로 졸업 전 삭제 심의제도나 중간 삭제 제도의 도입을 권고했지만 교과부는 일언지하에 묵살했다.
그건 아마 내세울 게 없는 교과부가 학교폭력에서 단기적인 실적이나마 올리고 싶은 욕심에서 그랬을 수 있겠다. 물론 그런 낙인과 배제를 통해 단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아이들을 밀어넣고 적자생존의 경쟁을 벌이도록 하는 지금의 형편에선 폭력과 일탈은 피할 수 없다. 억누른다고 잦아들 일이 아니다. 열악하면 할수록 필요한 건 교육적인 접근이다. 게다가 배제는 폭력을 학교 안에서 밖으로 이전하는 것에 불과하며, 한 사람의 가능성을 영영 닫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년원법은 입소 경력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소년원에 격리될 정도면 심각한 범죄겠지만, 어린 학생의 장래 신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그런데 다름 아닌 교과부가 아무리 사소한 행위라도 학교폭력으로 간주되면 학생부 기록을 강제하고 있다. 교육을 포기한 짓이다.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고, 자신의 적성과 자질을 찾아나간다. 인성 또한 이런 과정을 거쳐 성숙한다. 교과부는 이런 교육의 정신을 속히 회복하기 바란다. 아이들이 실수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사회적 낙인찍기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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