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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15 20:04 수정 : 2012.08.15 20:04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를 했다.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건국절’ 따위의 언급은 빼고 광복 정신을 강조한 것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선진국 선언을 중심으로 한 자화자찬 일색이었으니 남은 임기마저 자만, 독선, 허장성세로 국정을 이끌까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지금이 선진국 논란을 벌일 때인가. 이 대통령이 제시한 그럴듯한 근거란 고작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순위 5위에 오른 것과, 인구 5천만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섰다는 것 정도다. 1996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선진국 선언을 했다가 이듬해 경제주권을 국제통화기금(IMF)에 넘겼던 기억이 새롭다. 인구로 선진국 여부를 따질 일은 아니다. 국민소득으로 본다면 이전 정부 때 이미 2만달러를 넘어섰다. 퇴임하기 전 대통령이 한번 자랑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각종 지표는 좋아진 것보다 나빠진 것이 훨씬 많다.

선진국 선언을 위해 각종 상황을 왜곡한 것은 더 큰 문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 평화통일의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미국에의 예속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은 위험 상태고, 일본과는 무원칙한 냉탕·온탕 외교로 신뢰 회복이 어렵게 됐다. 게다가 대북정책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공언했지만, 지금처럼 남북간에 불신과 긴장이 고조된 경우는 별로 없다. 외교·안보적으로 한국은 위태로운 상태다. 임기중 많이 완화됐다고 주장한 양극화 문제의 현실은 정반대다. 재벌에의 경제력 집중과 부자들의 소득 집중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중산층은 붕괴되고, 절대빈곤층은 폭증했다. 노사, 가계, 종교, 공동체 어느 곳 하나 평화로운 데가 없다. 이런 왜곡은 남은 임기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마저 접게 한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으로 품격 높은 나라, 국격이 큰 나라를 제시했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우리의 인권 상황, 특히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세계인의 웃음거리로 만들어 놓고 품격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웃의 불행에 대한 인도적 지원마저 정치경제적 타산으로 판단하면서 국격을 말하는 것은 염치가 없다.

지금 이 대통령이 할 일은 자성과 고백의 자세로, 지난 국정을 돌아보고 잘잘못을 꼼꼼히 따져 후임자에게 돌아갈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허장성세는 비웃음만 사고, 국정 운영을 어렵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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