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이 대통령의 외교 발언, 배려와 품위가 없다 |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을 자극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제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는데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할 것이라면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바로 전날 국회의장단을 만난 자리에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도 했다. 일본 쪽 반발이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발언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상대에 대한 배려와 품위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이 대통령은 어제 67돌 8·15 경축사에선 “일본은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자 체제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이며,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할 중요한 동반자”라고 규정했다. 그는 그러나 과거사에 얽힌 사슬이 한·일 양국뿐 아니라 동북아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지체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며, 특히 인류 보편의 전시 여성인권 문제로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8·15 경축사가 그동안 대일 메시지를 전하는 가장 중요한 창구의 하나였다는 점에서, 어제 경축사에 담긴 내용이 우리 정부의 대일 인식이자 일본 정부에 전하고자 하는 얘기의 집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최근 언행과는 다른 흐름이지만, 균형된 인식과 적절한 문제제기였다.
외교엔 상대가 있다. 때문에 상호 신뢰와 배려 속에서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최근 대일 메시지는 극도로 혼란스럽다. 독도 방문 목적이 자연보호를 위한 지방순시인지, 실효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일본 정부를 견인하려는 것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설명도 그때그때 다르다. 국회의장단을 만나서는 3년 전부터 독도 방문을 준비했다더니 교원대에서는 2~3년 전부터 준비한 것이라는 식이다. 일왕의 방한과 관련해서도 일본 쪽에 사과 조건부 방문을 제안한 것처럼 말했으나, 일본 쪽은 외상이 직접 나서 “그런 내용을 일절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일본 쪽에선 그의 일왕 발언이 양국관계에 수년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마저 나온다.
한-일 관계를 파탄 낼 뜻이 아니라면, 이 대통령은 언행에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일부 각료가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하는 등 적반하장의 대응을 해도 꾸짖기 어렵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음을 찾는 구동존이의 자세가 절실하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