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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직자 부패 근절 기대 높이는 ‘김영란법’ 제정 |
국민권익위원회가 어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을 22일자로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권익위원장이 공직사회의 청탁·부패 행위 근절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것이다. 하지만 공직사회 내부의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아 18대 국회가 끝나도록 법안을 제출하지 못하다 이제야 제정 단계에 들어섰다.
이 법안은 기존의 부패방지 관련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점을 보완해 실효성을 크게 높였다. 공직자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한 것 등은 좋은 예다. 대가성 문제는 그동안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뇌물수수죄의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좋은 변명거리였다. 당장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만 해도 저축은행과 기업 등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 것이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자신 또는 가족의 이해관계가 걸린 직무를 맡지 못하게 한 것 등도 의미있는 진전이다.
이 법안이 어렵사리 입법예고됐지만 공직사회 일각의 반대 기류가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은 모양이다. “현실을 너무 무시한 법안이다” “금품이 오가지 않았는데도 부정청탁을 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등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이 이런 불평을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터무니없는 반대 논리다. 이런 느슨한 태도가 바로 공직사회가 부패와 온정주의, 봐주기, 직권남용 등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한국은 전년도보다 네 단계나 떨어져 183개국 중 43위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에서는 27위로 완전히 바닥권이다. 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들은 청렴도가 점점 높아지는데 한국은 2008년 이후 오히려 악화일로에 있다. 우리 사회가 부패의 고리를 끊어내고 한 단계 전진하기 위해서는 김영란법 제정이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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