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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16 20:52 수정 : 2012.08.16 20:52

수천억원의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어제 징역 4년의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다. 그룹 전 재무팀장과 계열사 대표이사도 같은 자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과거 엄청난 규모의 기업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들에게 ‘경제 기여’ 등 판에 박힌 정상참작 사유를 들이대며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관행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일단 재판부의 판결이 돋보인다. 또 그동안 고질적으로 되풀이돼온 기업 총수의 전횡과 밀실경영에 대해 법이 정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중형을 선고한 것인 만큼, 기업 스스로 잘못된 경영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동안 재벌 총수들 재판에서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정찰제’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법원이 거의 노골적으로 봐주기 판결을 해온 게 사실이다. 1100억원대의 조세포탈과 220억원의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징역살이를 면했다. 그러나 돈 몇 푼 훔친 혐의로 징역형을 사는 절도나 강도범과 비교해 과연 재벌 총수의 기업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뒤늦게나마 법원이 기업범죄에 엄단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만하다.

재판부가 김 회장의 형량을 4년으로 한 것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배임액 300억원 이상일 경우의 권고 형량 감경 기준(4~7년)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1400억원대의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을 징역 4년6월의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한 데 이어 김 회장까지 구속함으로써 법원이 대기업과 총수를 사실상 동일시해온 구시대적 기업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판결의 배경은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사회적으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의 요구가 높아지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재벌개혁은 공정거래뿐 아니라 법의 형평성이 함께 갖춰져야 완성될 수 있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 같은 이들이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특정경제범죄처벌법의 법정 형량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걱정되는 대목이 없지는 않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227억원의 배임죄가 추가됐는데도 동일한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판사가 대법관에 기용될 정도로 상급심으로 갈수록 보수화되는 법원 분위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에게 ‘1인 특별사면’이라는 전무후무한 사례를 남긴 이명박 대통령처럼 사면권 남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유전무죄’의 오명을 벗고 공평한 심판자로 거듭나는 데 밑돌을 놓은 것에 불과하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대원칙을 국민이 실감할 수 있게 할 책임은 판사들에게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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